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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즐길까? 모르고 갈까?

슬기로운 은퇴생활 - 중년에게 배움이란..

by Erica

"다 늙어서 뭘 배워."

"배운다고 뭐가 달라져?"

"그거 배워서 뭐 할 건데?"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봤거나, 아니면 스스로 했던 적도 많을 거다. 나이가 들면 배움이 점점 멀게 느껴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낯설고, 어렵고, 때론 쓸모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배움은 단지 젊은 날에만 의미 있는 걸까?

배움이 결국 수익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걸까?


40대 중반 스키에 입문


막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누나들만 스키를 타고 자신은 왜 못 타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남편은 세 아이를 동시에 쫓아다닐 수 없으니 엄마가 배워야 함께 스키를 탈 수 있다고 내 핑계를 대는 대답을 했다. 스노보드는 20대 때 좋아했지만, 40대 중반에 스키를 처음 배우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두려움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막내에게 "엄마는 늙어서 배울 수가 없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2대 1 강습을 막내와 함께 받았다.


강습 후 막내는 슝슝!! 내려갔지만, 나는 초급 코스에서도 로봇처럼 움직이며 겨우 내려왔다. 스키를 배운 목적은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따라다니기 위해서였지만, 현실은 내가 세 아이에게 에스코트받는 상황이되었다.


“아, 이 나이에...... 이 추운데.......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억지로 끌려간 야간 스키장에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계속 일어서다


처음 강습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후, 우리 가족은 각자 실력에 맞는 반으로 나뉘어 참가하는 3박 4일 스키 캠프에 가게 되었다. 첫날, 나는 성인 초급반에 배정받았는데, 40대인 내가 가장 어린 참가자였다. 대부분은 50대 후반 이상의 연령대였다.


강습 내내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의 반복이었는데, 셋째 날은 영하 15도에 눈까지 내리는 날씨였다.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오늘은 포기하는 사람들 좀 있겠네."라는 생각을 하며 강습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웬걸, 전원이 참석해 있었고, 뽀드득 거리는 자연설의 느낌에 모두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날 심지어 강사는 초급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상급 코스로 데려갔다. 슬로프 초입에서 모두 항의했지만, 강사는 단호했다. “상급에서 A자로라도 내려와야 초급이 되는 겁니다.” 결국 로봇 자세로 후들거리는 다리에 전신의 힘을 모으며, 가끔 넘어지긴 했지만 전원 무사히 코스를 내려왔다.


그 스키 캠프는 나에게 스키를 타는 즐거움 이상의 큰 선물을 주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이 나이에 뭘 배우겠어, 도대체 왜 배워야해?"라는 편견을 지우게 된 것이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설레는 마음이 든다. 하얀 눈이 덮인 산을 스키로 천천히 내려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움은 단지 결과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 넘어진 후 다시 일어나는 용기,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 배움의 진정한 가치 아닐까?


어떤 이들은 배움을 삶의 연료라고도 말한다.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열고, 즐거움을 찾으며, 삶에 활력을 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이 중요한 이유


배움은 젊은 사람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지 않을까?

그런데 나이가 들 수록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내 나이가 몇인데?"

"얼마나 더 산다고?"

"그거 배워서 뭐 할 건데?"


사실 이 생각이야말로 인생을 어두운 밤길로 만드는 주범이다. 배움이 없으면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고, 결국 무료함과 우울함에 빠지기 쉽다. 나이 먹을수록 라떼이야기와 동일한 말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에 새롭게 투입되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배움이 주는 선물들


- 삶의 활력 :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가 깨어나고, 삶의 활력이 생긴다.

외국어, 뜨개질, 새로운 운동, 요리 등 무엇을 시작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나에게 '처음'의 설렘을 되찾는 것이다. 유튜브로 시작할 수도 있고, 동네 문화센터를 갈 수도 있고, 요즘 세상에 돈 안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육아와 회사 생활로 지치고, 힘들고, 바빠서 못했던 것 하나둘씩 시작해 보자.


- 자존감 상승 :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은 자존감을 높여준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무력감도 배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


- 사회적 연결 :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외로움도 줄어들게 된다.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의 경우 비대면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관계가 확장될 수 있다.




배움은 인생을 밝히는 빛

배움이 없는 인생은 어두운 밤길처럼 막막할 수 있다. 배움은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작은 배움 하나 시작해 보자. 그 작은 시작이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이 될 수 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해 세상과 단절된 노인네는 되지 말자.


배우는 사람은 외로울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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