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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하 Oct 06. 2022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맞을 때: 산림간

가을 산이 불어오는 냄새

요즘 바람이 시원해진 것을 부쩍 느끼시지요?


창문을 크게 열고, 바람이 느껴지면 이 향에 불을 붙입니다. 느긋하게 향기가 퍼지기를 기다리면서 마치 산꼭대기에서 바람을 맞듯 커다랗게 숨을 들이쉬세요.


그러면 불어 오는 가을 산의 냄새. 상쾌하고 청명한 공기 아래 어딘가 깊은 골짜기에서는 깨끗하고 차가운 물이 흐르고, 무럭무럭 피는 향기는 공중에 흩어져 드문드문한 구름과 잎을 물들여 가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에 섞입니다.


산림간(山林涧)은 그런 향입니다.




산림간(山林涧)은 의 일지(一枝)향 제품들 중에서도 가볍게 태울 수 있는 생활 합향입니다. 합향, 그러니까 다양한 재료를 배합해서 만든 향으로, 침향, 훈육, 감송, 곽향, 목향이 들어갔다고 하네요.


산림은 산과 숲인데, 간(涧)은 무엇일까요? 사이 간(間)에 삼수변이 붙은 이 글자는 산골짜기에 흐르는 물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산 속에서 흐르는 물이라는 이름을 가졌는데, 이 향의 쾌청함은 아마도 그런 물의 향기가 아닐까 해요.


그러면서도 높이높이 뻗어나가는 맑은 가을날의 향기. 구름 한 점 없거나 드문하여 공활한 가을 하늘, 젖은 낙엽들 사이로는 물이 흐르고 아직 가지에 무수히 붙어 있는 잎 사이로는 시원한 바람이 설렁설렁 불어나갑니다. 한 줄기 향으로 불러오는 가을 바람. 불어 오는 가을 산.



눈을 감고 향을 맡고 있으면 문득 오래 전에 다녀온 설악산의 단풍 여행이 떠오르네요. 전국에서도 가장 먼저 단풍이 들어, 한껏 물든 가을의 정취를 즐기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설악산. 새벽 일찍 출발하면 천천히 밝아 오는 아침 속에 무어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촉촉하고 청명한 산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정상까지 한 번에 가는 케이블카도 좋지만, 직접 산을 오르면서 구석구석 살펴보는 풍경과 중간에 내려다보는 산능선들도 빼놓을 수 없는 경치이지요. 그리고 단풍이 차양처럼 드리운 산과 산 사이 흐르는 청명한 계곡은 직접 산길을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인걸요. 


아직 푸른 침엽수들과 새빨갛게 물든 당단풍나무, 주황, 노랑, 하늘에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빛을 띠는 참나무와 서어나무. 겹겹이 융단을 펼친 듯 펼쳐지는 단풍들과, 파랗고 깨끗한 하늘 아래 희게 빛나는 바위들이 그야말로 절경을 이루는 설악산 단풍의 풍경을 산림간(山林涧)은 그 향 한 줄기로 떠올리게 합니다.


이 좋은 날, 가을 산에 올라 보시겠어요? 아니면 가까운 공원도 좋지요. 창을 열고, 거실을 이 향기로 가득 채우고, 세상에 가득한 푸르르고 울긋불긋한 가을을 느껴 봅시다.





향 가게 이야기


사진 : 이루향서원 홈페이지


일지(一枝)는 2019년에 런칭한 한국의 향 전문 브랜드입니다. 일지 인센스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 종로구에 오프라인 매장도 있습니다. 최근에 생긴 것 같지만 그 전부터 향을 체험하고, 배우고, 구매도 할 수 있는, 이루향서원(一如香書院)이 예전부터 있었고, 본격적으로 향과 향도구 상품들을 갖추어 브랜드가 출발한 것이 2019년입니다.


제가 주로 소개드리는 선향 제품들 외에도 향목, 향목으로 된 악세서리, 본격적인 향도(香道)를 위한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고, 선향의 종류도 간편하게 피울 수 있는 입문용부터 고급 라인까지 다양하게 갖추어 놓아서, 국내에서 향을 체계적으로 맛보고 싶다고 하면 일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설명도 잘 해 주시고, 향도구를 실제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며, 궁금한 향은 직접 살짝씩 태워 주시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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