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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Oct 15. 2018

2+1의 훈훈한 활용법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어 내가 ‘김성수’라 부르는 친구가 있다. 휴대폰에도 그렇게 이름이 저장돼 있어 본명은 아예 잊었다.


지난 5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며 업계의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김성수처럼 편의점이라는 업종에 진지한 애정과 열정을 품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김성수는 편의점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 일단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세상 최고가 되겠다는 고집스런 열정, 땀 흘려 일하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거라 믿고 노력하는 우직함,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검소한 생활과 겸손한 자세. 그것이 내가 김성수를 좋아하는 이유다. 거의 숭배 수준으로 나는 김성수를 좇는다.


편의점 오픈 초기에 업계 소문을 듣고 김성수네 편의점에 들렀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까지 나는 그런 편의점을 본 적이 없었다. 모든 제품은 줄 맞춰 각이 잡혀 있고, 하나같이 페이스업(상품명이 잘 보이도록 고객을 향해 진열하는 방식) 되어 감히 손을 대기 미안할 정도였다. 진열대는 티끌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깔끔하고, 우유 빨대와 나무젓가락 같은 소모품을 놓아두는 코너는 물론 손님이 들여다보지 않는 창고와 워크인 내부 작업 공간까지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일종의 장인 정신이랄까, 편의점 전체에 어떤 ‘포스’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편의점 주인은 혹시 강박증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마저 들었는데, 후일 친구가 되어 반전 매력을 발견하고는 더욱 좋아하게 됐다.

내가 김성수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화려한 진열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김성수에게 반한 면모는 따로 있다. 그는 술을 마시면 2차는 꼭 편의점 야외 파라솔로 간다. 날이 추우니 따뜻한 호프집이나 이자카야로 들어가자고 잡아끌어도 기어이 편의점이다. 요새는 내가 술을 끊어 카페로 가자고 하는데 여전히 편의점이다. 엊그제도 그랬다. 순댓국을 먹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자고 했는데 도중에 편의점으로 휙 들어간다. 못 말린다. 그렇게 편의점에 가면 김성수는 꼭 2+1 행사 제품을 고른다. 여기서부터 김성수의 매력이 시작된다.


그날도 김성수는 온장고에서 2+1 음료수를 꺼냈다. 둘이서 세 개를 뭐하러? 녀석의 의도는 뻔하다. 계산을 마치고 음료수 하나는 카운터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편의점 알바생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니까 손에 직접 건네주면서 “이걸로 손 좀 녹이세요” 하고 싱긋 웃는다. 아, 못 말린다.


“편의점의 2+1 행사는 바로 이렇게 활용하라고 있는 거야.” 나는 이 멋진 말을 김성수에게 배웠다. (독자 여러분도 가끔 실천해보시길!)

김성수를 만나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베풀고 배려하며 살아야겠다 마음먹게 만드는 따뜻한 에너지를 얻는다.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 있고, 부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 손님 중에도 얼굴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뭐가 항상 그리 불만인지 오만상을 찌푸리며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외모만 보고 선입견을 갖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 행동, 태도,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그렇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을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나름대로 그런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손님에게는 뭐라도 하나 더 드리고 싶은 심정이고, 부정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손님은 솔직히 어서 좀 나가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에너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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