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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an 15. 2024

마흔여덟 아재, 도서관 자원봉사를 시작하다

프롤로그

"여보, 나 서점 한번 해보면 어떨까?"


말이 끝나자마자 바라본 아내 얼굴엔 '어디서 x수작이야!'가 바를 정자로 쓰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흘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당신 무조건 퇴직 때까지 회사 다녀야 하는 거 알지. 쓸데없는 생각 말고. 안 그럼 쫓겨날 줄 알아."


날 선 반응에 얼른 알겠다며 꼬리를 바싹 내렸다. 살짝 떠보았는데 역시나였다.


"아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고 혹여나 퇴직 후에 기회 되면....."


말이 끝마자마자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고는 운동한다며 밖으로 피신했다. 나름 기분 좋을 때를 노렸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 군.


하지만 한 번 차오른 불씨는 꺼질 줄 몰랐다. 한 겨울에 땀나도록 뛰어보아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로또라도 당첨되면 당장이라고 그만두고 어디 한적한 에 책방을 낼 수 있으련만. 괜히 사지도 않는 복권에 입맛만 다셨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도 자금도 없다. 더구나 주변에 책방을 낸 지인들이 몇 있는데 운영이 쉽지 않음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그런데도 언젠간 꼭 하고 싶은 나의 로망이었다. 하긴 가족 독서모임도 그러했는데 이뤘으니 안 될 것도 없지.


우선 돈이 가장 큰 문제인데, 수중에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비자금을 조성하든지 아니면 안 하던 주식 투자라도 해보아야 하나 싶다가도 그쪽엔 잼병임을 알기에 생각에만 머물렀다.


시든 꽃처럼 생기 없이 지내다 우연히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모집하는 공고문을 보았다. 주 1회만 봉사하면 되었고, 무엇보다 주말도 가능했다. 올레. 도서관에 있으면 아무래도 돌아가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신청서를 정성스레 작성한 후 보냈다.


두 근 반, 세 근 반 결과를 기다리던 중 모르던 번호로 연락이 왔다.


"실배씨죠. 저는 00 도서관 총무인데요 우선 자원봉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주중에 자리가 비었는데, 직장에 다닐 것 같아서 주말로 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우선 카톡방에 초대를 하고, 일정표 공유하겠습니다. 그날 늦지 않고 오세요."


되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새롭게 무언가를 한다는 설렘, 불안이 교차했다. '내가 잘할 수 있겠지. 괜히 민폐를 끼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맘속에서 계속 부유했다.


드디어 새해 첫날, 마흔여덟의 아재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그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일단 부딪쳐 보는 거다. 할 수 있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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