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아침 9~12시까지는 ‘성인 여성반’만 운영되며 ‘월수금’과 ‘화목(+1회 자유수영)’반으로 나뉜다. 나는 9시 ‘화목’반으로 자유 수영은 보통 금요일 아침 8시에 한다. 우리 반 회원 님들도 대개 그 시간에 (늘 하던 맨 왼쪽 레인에서) 자유 수영을 하기 때문에, 자유 수영이지만 강습 시간과 별반 다름이 없다(강습 시간에도 충분히 ‘자유롭게’ 수영하시므로).
우리 반 회원 님들이 점령한 그 시간, 그 레인에서 까만 수영모를 쓴 나이 지긋한 남성 회원('가재' 님이라고 하겠다)도 매주 자유 수영을 한다. 레인 내에 혼자만 남성일 때가 많아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자세가 특이해서 더더욱 도드라진다. 가재 님은 고개를 수그린 채 엉성하게 팔을 꺾어―마치 집게발을 휘두르듯이― 엇박자로 헤엄을 치는데, 격한 몸짓에 비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꽤 느린 나보다도 한참 느리다.
회원 님들은 자유 수영 시간에는 양쪽 가장자리에 붙어 수다를 떨 때가 많은데, 가재 님이 수영할 때면 자연스레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나눈다. 자세에 대한 지적과 염려부터 속도가 더디어 방해가 된다거나 선을 넘어 부딪힐 뻔했다는 불평, 그러나 매주 빠지지 않고 하여간 열심히 한다는 칭찬까지.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한결같은 자세와 페이스를 유지한다.
가재 님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리매김한 덕에, 회원 님들은 자유 수영하는 날이면 으레 그를 눈으로 찾는다.
“그 냥반 오늘 안 왔는가베?”
“저기 계시잖어.”
가재 님의 존재를 확인한 뒤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짓는다. 그의 연습 루틴은 일정해서, 어느 정도 수영을 하고 나면 물구나무를 서고, 마지막으로 수영장 벽을 붙들고 뛰듯이 걸어 출발점으로 온다.
하루는 자유형을 몇 바퀴 돈 뒤 사다리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가재 님이 다가왔다.
“좀 비켜 주시겠어요?”
“아아, 네.”
처음 들은 그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낮고 정중한 톤이었다. 그는 사다리를 오른 뒤 갑자기 오른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앞으로 몸을 굽히며 스트레칭을 했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와 머루 님은 그만 숨죽여 웃음을 터뜨렸다(죄송합니다, 가재 님). 아아, 그것이 마지막 루틴이었던 거로군. 이렇듯 금요 자유 수영 시간에 늘 함께하는 가재 님은, 뭐랄까 라무네 속 구슬처럼, 신기하고 생뚱맞고 신경 쓰이면서도 없으면 허전할 듯한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