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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비 Oct 29. 2023

어디선가 본 듯한

지난 금요일 아침에 자유 수영을 했다. 우리 레인(깊은 풀의 맨 왼쪽 레인, 1레인이라고 하자)은 우리 반 할머니들로 꽉 찼고, 라무네 할아버지(‘금요일의 회원님’ 참고)도 물론 보였다. 할머니들은 출발 지점에 진을 치고 수다를 떨다 간간이 연습을 하는 모양새였다. 우리 반 할머니들이 평소보다도 많아, 1레인은 이들의 기세에 장악되었다. 

수업 시간에 30분이 되면 턴 지점까지 걸어갔다 오던 루틴대로, 자유 수영 시간임에도 할머니들은 30분이 되자 ‘걸어가기’를 시작했다. 예닐곱의 할머니들은 펭귄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몸을 통, 통 튕기며 이동했다. 수영을 계속하려는, 가령 나 같은 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이지만 할머니들은 개의치 않았다. 

라무네 할아버지는 거대한 할머니들 무리를 뚫고 가기는 역부족으로 느낀 듯, 수영을 쉬고 한쪽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그 장면은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고 어떤 기시감을 느꼈는데... 그것은 마치 ‘스우파’의 한 장면, 잼리퍼블릭 무대의 근사한 와우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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