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강점과 조직의 문화가 연결되지 않을 때

창의적이지 않은 조직에서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했다.

by Jay

변하려 하지 않는 조직, 변화를 시도하던 나


21C는 바야흐로 변화의 때이다. 이러한 시대정신 앞에서 기존의 것들만 고집하고 있는 조직들은 반드시 겸손해져야 한다. '변화'라는 자연의 흐름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순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조직은 역리를 따르고 있었다. 시대의 요구인 '변화'의 트렌드를 전혀 수용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화려한 조직(사람)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속도가 더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동안 사업을 잘 꾸려왔으니 굳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5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우리 조직의 업력이 사실은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결을 달리하는 가장 큰 Pain Point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복장이나 근태관리 등의 여부만 가지고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었다. 조직의 뻣뻣한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났던 부분은 바로 일하는 방식이었다.




조직 내에서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곧 죄악이었다. 이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났다. 기존에 하던 것을 다르게 하려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며 되지, 왜 굳이 이상한 거 새로 하려고 해서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

‘그런 거 해봤자 어차피 달라질 건 없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학습된 패배감.

업무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계속 덮으려고만 하는 무책임함.

윗분들께 욕 안 먹고 하루하루 무사히 넘기면 장땡이라는 무목적성과 무기력함까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무리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단순히 개인의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이 더 깊었다.


가만히 시키는 일만 잘하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괜히 나서서 일을 벌리는 건 괜히 사서 욕먹을 짓 하는 꼴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죽을만큼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속으로 수백 번 되뇌고 갈등하며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 과정이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 이를 뚫어내는 것은 절대로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에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더 높이 뛰어 오르려면, 힘차게 발을 구를 땅이 있어야 한다.


사회생활에서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일어서고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강점을 조직 안에서 자유롭게 펼쳐내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의 신뢰와 지지에 발을 딛고 있어야 했다. 나에겐 팀장님이 그런 존재였다. 조직의 뻣뻣한 문화와 완전히 맞지 않는 내 강점이 조직에 점차 녹아들 수 있었던 데에는 90% 이상 팀장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지금도 너무 감사한 게, 팀장님은 권한은 최대한 많이 주시고 책임은 본인이 져주시는 분이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나 혼자 꾸역꾸역 칼을 갈고 있었다는 걸 알아주셨던 것일까. 어찌 됐건, 팀장님은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풋내기가 짜낸 아이디어들을 편견 없이 봐주셨고, 대부분 수용해주셨다. 책임은 본인이 질 테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격려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렇게 아직 아무것도 증명해내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를 증명해볼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 주셨다.


팀장님 덕분에 나에게도 조금씩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팀장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나는 계약 만료가 될 때까지 대체 가능한 잡업만 무진장 하다가 '어차피 해도 안되더라'라는 패배의식만 배워서 퇴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좋은 인연을 만난 덕분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팀장님은 나의 삭막한 첫 사회생활에 숨 쉴 구멍을 트게 해 준 은인 같은 분이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팀장님의 신뢰와 지지에 힘 입어, 팀에서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며 진행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는 내가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하여 최대한 성역 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업무상 아주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죄다 바꿔보려 했다. 그게 내가 이 회사에서 돈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처음에야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고, 실패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점차 업무에 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이 손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실수는 점차 줄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내가 완벽하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만들어내던 결과물들은 아직 남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보조 역할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이런 자잘한 작업들을 잘하는 것도 물론 강점이고 능력일 수 있었지만, 쉽게 성에 차지는 않았다. 정말 크고 객관적인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의사결정을 내리며 프로젝트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구의 도움이나 보호가 아니라 혼자 힘으로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야 했다.


그를 위해서는 권한뿐만 아니라 책임도 내게 있어야 했다. 그렇게, 점차 나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에 대한 욕심이 더 크게 농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좋은 성과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들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성실하게 내게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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