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지 않은 조직에서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화려한 조직(사람)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속도가 더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동안 사업을 잘 꾸려왔으니 굳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5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우리 조직의 업력이 사실은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결을 달리하는 가장 큰 Pain Point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며 되지, 왜 굳이 이상한 거 새로 하려고 해서 피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
‘그런 거 해봤자 어차피 달라질 건 없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학습된 패배감.
업무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계속 덮으려고만 하는 무책임함.
윗분들께 욕 안 먹고 하루하루 무사히 넘기면 장땡이라는 무목적성과 무기력함까지.
가만히 시키는 일만 잘하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괜히 나서서 일을 벌리는 건 괜히 사서 욕먹을 짓 하는 꼴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죽을만큼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속으로 수백 번 되뇌고 갈등하며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 과정이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 이를 뚫어내는 것은 절대로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에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팀장님의 신뢰와 지지에 힘 입어, 팀에서 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며 진행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는 내가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하여 최대한 성역 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업무상 아주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죄다 바꿔보려 했다. 그게 내가 이 회사에서 돈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처음에야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고, 실패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점차 업무에 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이 손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실수는 점차 줄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내가 완벽하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만들어내던 결과물들은 아직 남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보조 역할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이런 자잘한 작업들을 잘하는 것도 물론 강점이고 능력일 수 있었지만, 쉽게 성에 차지는 않았다. 정말 크고 객관적인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의사결정을 내리며 프로젝트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구의 도움이나 보호가 아니라 혼자 힘으로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야 했다.
그를 위해서는 권한뿐만 아니라 책임도 내게 있어야 했다. 그렇게, 점차 나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에 대한 욕심이 더 크게 농익어가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좋은 성과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들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성실하게 내게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