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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그 시작

계획하지 않았지만, 결국 나를 만든 선택

by 송알송알

처음부터 독립출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나는 단지 ‘내 이야기가 뭔지’ 알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찾기 위해 책과 가까운 사람들 곁으로 다가갔다.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그림책 서평단 신청이었다.

그다음은 출판사의 그림책 모임, 북토크.

그렇게 발걸음이 닿은 곳이 독립서점이었다.


책만 파는 줄 알았던 독립서점에서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모임과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다 인천에 있는 ‘안착서점’의 지원사업으로

6주 동안 ‘일상 만화 수업’을 듣게 되었다.


A2 종이를 접어 만든 작은 진 형태의 책.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담았고, 내용은 흔하고 진부한 ‘꿈’ 이야기였다.

아이들 방학 틈틈이 만든 책이라 깊이 파고들 틈도 없었고,

그저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만든 책과 굿즈를 서점에 전시하고 판매하게 되었다.

사실 하나도 안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산을 보니 모두 판매되었다.


아마 함께 만든 수강생이나 지인들이 사줬겠지.

그런데도 “내 이야기가 판매되었다”는 그 사실이

기쁨과 함께 ‘더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남겼다.


그 타이밍에 서점에서 그림에세이 수업을 새로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12주의 수업 동안 열심히 고민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또 그 지겨운 꿈 이야기 해야 하나?’

‘마흔 넘은 내가 언제까지 꿈 타령을 해야 하지?’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다시 ‘꿈’ 이야기로 돌아왔다.


“다 꺼내면 언젠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이번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자신감이 없던 시절, 자책했던 고민들, 지금도 여전히 엉망인 마음을

짧은 여덟 컷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크기도, 분량도 아쉬움은 남지만

드디어 ‘하나의 책’이 나왔다.


계획한 적은 없지만

돌아보면, 이건

내가 나를 꺼내기 위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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