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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oi in blue

소설 : 북쪽의 도시들 Northern cities | 3

by 성게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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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푹 자지 못했다. 분명 해가 떴을 시간임에도 바깥은 우중충했다. 오리너구리 앱을 켰다.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함부르크 여행 중?�’


메시지에는 문장마다 줄임말과 이모티콘이 들어가 있다. 어차피 서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를 해야 했으므로 밝은 성격인 편이 좋았다. 


‘좋아. 어디서 만나지?’


몇 개국 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페리는 역시 대단하다. 뇌가 치매에 걸리면 학습으로 배운 언어는 잊어버리고 결국 모국어만 남는다. 그것은 먹고 마시는 일처럼 자연스러워 몸속에 저장되는 장소조차 다른 모양이다. 모국어 구사자들이 쓴 책은 거칠다. 그 말들이 종이 속에 깊고 단단히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장 속에도 여러 번, 이성과 감정의 매듭을 풀어야만 한다. 탄탄한 정신에 뿌리를 둔 단어들, 험하고 거친 모국어의 세계는 엄마의 혀를 가지고 구사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쉬이 넘을 수 없는 비무장지대와 같다. 어떤 계절에 어떤 꽃이 피고, 이 돌부리와 커다란 바위 사이에 어떤 지뢰가 묻혀 있는지는 외지인으로선 알 방법이 없다. 칸트 전집을 편집했고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대단히 머리가 비상한 철학자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자신의 논문에 바탕을 둔 책을 쓰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모국어 책 보다 그가 힘들게 쓴 번역 본이 훨씬 읽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주를 간직한 딱딱한 조개껍질 같은 모국어를 깨 순수한 진주의 빛깔을 감상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번역 전의 모국어 사용자들이다. 감히 문화와 역사 본능이 뒤엉켜 여전히 뜨뜻한 유전적 피와 살을 가진 말을 똑같이 이해했다고 뻐기는 것은 오만이다. 차라리 모두가 느끼는 희로애락의 본능을 믿고 직감을 신뢰하는 편이 솔직하다. 그러므로 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몇 가지 감정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감정과 얽힌 것들은 언제든 우리를 배신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제법 깊어 보이는 회색 물속에서 방금 솟아난 듯 깨끗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연결된 함부르크의 창고도시가 성벽처럼 나타났다. 도시를 두른 몇 겹의 운하 사이사이 검은 철교들이 놓여 있었다. 요한이 말 한 카페 슈파이혀슈타트에 들어섰다. 커피 볶는 냄새와 함께 거대한 로스팅머신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몇 톤은 되어 보이는 생두 자루들, 드럼통에 담겨 쌓인 막 볶은 원두들이 천장이 높은 창고의 반들거리는 마루에 쌓여 있었다. 창은 운하 쪽으로 나 있었고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파도가 잔잔히 나부꼈다.


“안녕! 여기.”


창가 맨 끝 자리에서 반가운 인사가 들렸다. 우리는 서로 어디를 가고 싶은 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함부르크의 카푸치노는 고소하고 푹신했다. 요한은 진하고 시큼한 스트레이트 커피를 마셨다. 그는 한국보다 일본에 관심이 많았다. 


김치찌개를 먹어 보길 추천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말하지는 않았다. 김치가 샐러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김치찌개를 설명하기 귀찮았다.


“함부르크는 독일에서 몇 안 되는 생선의 도시야."


“좋아. 그럼 생선시장에 가볼까? 거기가 열었다면 갓 나온 생선튀김을 먹자. 참, 독일 감자요리가 맛있다 던데.” 


요한이 킥킥댔다.


“그래. 감자요리는 세계최고지.” 





우리는 운하를 따라 이리저리 놓인 다리들을 건너며 걸었다. 회색 하늘이 꾸르륵대더니 결국 매우 가는 실비가 내렸다. 


“우산 없는데….”


“우산?” 


요한은 우산이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비를 맞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요한은 계속 걸을 작정이었다. 바닷바람에 젖어 소금냄새가 나는 비였다. 


“이대로 계속 걸을 거야?”


“당연하지. 다 왔어.” 


“생선시장은 이미 닫은 것 같은데.” 


비가 오는 부둣가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작은 창고가 물고기 모자이크화들로 꾸며져 있었다. 코트와 목도리가 젖어 축축했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강 밑으로 걸어서 건널 수 있는 터널이 있어.”


물 위로 라이온 킹 뮤지컬을 홍보하는 수상택시가 지나갔다. 버스처럼 네온 번호표를 단 수상택시를 보고 있으니 여행 중인 것이 실감 났다.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어?”


“좋을 대로.”


나는 함부르크의 항구 지구들을 강처럼 갈라져 흐르는 바다와 거대한 크레인, 컨테이너들, 크루즈 선 정비소, 수상택시들, 범선들의 마스트, 뮤지컬 돔을 찍었다. 


“저기로 건너가려면….” 


“그래, 터널을 통과하거나 수상 페리를 타야 해.”


“걸을까? 그렇게 멀지 않거든. 함부르크 사람들은 저쪽 항구로 건너느라 돈을 더 내지 않을 거야.”


 나는 요한에게 독일어 하펜[1]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터널 반대편에는 컨테이너와 크레인, 아무도 돌보지 않는 나무, 오래 주차된 자동차들, 간이 화장실을 갖춘 푸드트럭이 있었다. 하펜시티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멀리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럭셔리 고층빌딩이나 럭셔리 펜트하우스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한쪽 날개 깃털이 온전하지 못한 갈매기가 부둣가에 떨어진 사과를 쪼아 대고 있었다. 방파제 밑으로 맥주병 뚜껑과 과자봉지, 담배꽁초 몇 개가 흩어져 있다. 다친 새들이 사람들이 버린 것으로 연명하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했다. 요한은 별말 없이 서 있었다. 빗물에 젖은 요한의 겉옷이 오래된 사진처럼 얼룩덜룩했다. 


오리너구리 앱을 열고, 페리의 메시지를 열었다. 주소를 검색했더니 페리가 말한 ‘기울어진 레스토랑’은 너무 멀었다. 메뉴에 있는 ‘페리의 함부르크’를 눌렀다. 레스토랑 추천란에 다른 식당이 있었다. 


'Brauerei Deutsche Küche'

요한에게 보여주었더니 괜찮을 것 같다며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이 시내 운하.” 


“지금 눈이 내리는 건가?”


“북쪽 도시들의 아름다운 무기, 슈니레겐 이야. 눈 속에 비가 섞여 있어.” 


축축한 바지가 종아리 뒤쪽에 달라붙었다. 잘 알지 못하는 도시의 횡단보도를 몇 번 건넜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깨끗하게 정비된 운하로 환한 상점가들의 쇼윈도 불빛들이 떨어졌다. 


“여긴 오사카 같은데?” 


요한의 표정에 미소가 돌았다. 


“도톰보리?” 

“도톤보오리!” 


요한이 내 입을 보며 발음을 따라 했다. 일본인이 아님에도, 요한은 내가 하는 일본어가 자신의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요한이 프랑스어나 포르투갈어를 하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시내 운하 테라스에는 눈비가 나부끼는 이 겨울에도 휴양지처럼 하얀 파라솔이 펼쳐져 있다. 모델처럼 보이는 어두운 금발의 어려 보이는 여자와 흰 머리카락이 난 체구 좋은 남자가 운하 쪽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깥 테라스도 있었지만 추웠기 때문에 실내 테라스 자리를 안내받았다. 실내는 오래된 전통 비어가르텐 형으로 꾸며져 있다. 


“필스너 하나, 그리고…” 


요한이 내 쪽을 보았다. 온통 독일어인 메뉴 카드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아무거나 골랐다. 요한은 여러 가지 부위의 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볶은 양배추를 먹었다. 


“오후엔 뭘 할 생각이야?”


“장트파울리에 가 볼래?”


요한이 새로운 행선지를 추천했다. 


“어떤 곳인데?” 


“비틀스가 있던 곳이지.” 


“비틀스?” 


요한은 마지막 남은 소시지와 불에 볶아 풀이 죽은 야채를 솜씨 좋게 포크에 쓸어 담아 입에 부드러운 관절 움직임으로 입에 넣었다. 씹는 동안은 무슨 소리를 해도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운하 쪽 창을 바라보았다. 


“TV에 나오는 경찰서가 있어. 요즘엔 그 경찰서 에피소드 시리즈를 하더라고. 아마 오늘 저녁에도 할 거야. 상트파울리의 밤. 대부분 경찰들과 술 취해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야. 노란 조끼를 입고 머리에 총을 쏘는 녀석들이 종종 있는 곳이지.”


“술을 마시지 말라는 내용인가.”


맥주를 시원하게 비웠다. 


“거기 가보자. 어차피 죽는 일은 없을 거야. 우리는 맥주 한 잔 밖에 안 마셨고.” 


시청 역에서 장트파울리 행 차를 탔다. 여전히 진눈깨비가 내렸다. 장트파울리 역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리지는 않았다. 요한이 두리번대며 이정표를 보더니, 한쪽으로 출구를 가리켰다. 까막눈으로서 여행하면 자연스럽게 무언가 이해하는 쪽, 객관적으로 보이는 쪽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 물론 나의 직감대로 나갔다면 다른 쪽으로 갔을 것이다. 출구를 나오니 황량한 벌판에 난 꽤 큰 도로 위로 차들이 제법 속력을 내어 달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시외곽의 차도 분위기였다. 상상했던 것과 달리 허허벌판이 펼쳐져 실망스러웠다. 요한이 한 번 더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인가 봐.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신도시에나 있을 법 한 8-9층 건물을 돌아 나갔다. 길 하나 다를 뿐인데 눈앞에 옷을 벗은 여자 모양의 핑크색 네온사인과 붉은 립스틱에 불이 들어온 조잡하고 커다란 대형 간판들이 잔뜩 걸린 건물들이 나타났다. 사창가와 음악 바, 맥주 집, 작은 술집, 커다란 칵테일 바, 야한 표정을 지은 백발의 아저씨가 보라색 선글라스를 쓴 거대 현수막이 쳐진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굳게 닫힌 벨벳 쿠션이 달린 클럽 문들. 우리는 잠자코 걸었다. 요한은 그런 가게들에 눈길을 주지 않고 별말 없이 걷고 있다. 얌전하고 건실한 청년 요한.


“여기에 비틀스가 있었다는 거야?”


“그래, 여기서 비틀스가 공연을 했어. 그땐 밴드가 성공하기 전이었어. 함부르크는 영국이랑 가까워서 런던 밴드들이 종종 공연을 하러 왔거든.” 


“그 공연장은 어디지?”


“저쪽. 지금은 없어졌네.”


요한이 작은 골목 쪽을 가리켰다. 


“뭐 저런 데 중에 하나였지. 저기까지 가볼 거야?” 


골목에는 버려진 전단지와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다. 더럽기보다 황폐했다. 눈을 깜박거리며 골목 끝만 바라보자 요한이 말했다. 사실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비틀스가 공연했을지도 모르는 바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노골적인 SEX 간판과 외설적인 공연을 빼면 술집이 즐비한 한국 대학가 와도 비슷해 보였다. 고즈넉한 유럽의 골목에는 몇 개의 형광 네온사인이 풍기는 분위기가 이토록 자극적인지, 그 불빛들이 너무도 밝아 매우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다. 다닥다닥 붙은 오리엔트 식당들에서 꼬치에 꽂은 케밥을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 친구 한 명이 우리 랑 같이하고 싶다는데, 괜찮아? 여기까진 오긴 그렇고, 슈테른샨츠에 있대. 여기서 지하철 타고 가면 되니까.” 


“나는 슬슬 미술관에 가볼까 하는데.” 


“미술관?”


“응, 사진미술관.” 


“그 센트럴 역 쪽?” 


“아마도.” 


요한이 못내 아쉬운 얼굴을 했다. 혼자 있고 싶었지만 순진한 얼굴을 보니 또 망설여졌다.


혼자 여행을 시작하더라도, 며칠 뒤부턴 혼자이고 싶지 않아 진다. 

스스로 혼자임을 자처했으면서도 여행자는 기차에서 만난 사람, 식당에서 만난 사람,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사람, 안내데스크에서 표를 끊어주는 사람, 우연히 카페에 들른 사람, 길을 걸어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말을 걸 준비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보다도 더 금방 소통할 준비를 마치고 호흡을 맞추며 닮은 표정을 지을 줄 안다. 누구의 소리도 듣지 않고, 누구에게도 나의 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외로운 여행은 곧 고문이 될 것이다.


“덕분에 함부르크 여행 잘했어.”


“나도 재미있었어. 다음엔 일본 말고 한국도 꼭 가볼 게. 나는 일본일 줄 알았어.” 


요한이 너털너털 웃었다. 큰 입이 천진하게 벌어졌다.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툭 쳤다. 


“지하철 말이야. 여기선 ‘우반’이라고 해. 그리고 저렇게 도로 위를 다니는 건 트람이거나 슈트라쎈반이야. 그 외에 버스, 택시. 뭐 이런 건 똑같고.” 


요한은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저런 것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사물을 가리키고는 되는 대로 단어를 가르쳐 주었다.


“걱정 마.”


어리숙한 어린아이 취급을 당하는 것이 왠지 신선했다.


“그 사진미술관은 말이야, 일단 센트럴역 방향으로….” 


요한이 멀리서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들어 이별 인사를 했다. 요한을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건 사실 100퍼센트다. 이제 이 세상에는 만날 수 없어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메신저는 넘쳐나고 그곳에 가입한 사람은 더 넘쳐난다.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






눈이 올 것 같다. 다시 진눈깨비가 내렸다. 호텔로 돌아가 일찍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한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별 이유 없는 거짓말 때문에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최소한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은 사소한 말에도 깊숙이 따끔해하며 기꺼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지하철을 탔다. 컴컴한 전철 창밖으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오래된 역들은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바뀌는 연극무대 같았다. 언제나 정확한 길을 안내하는 오리너구리 앱의 지도를 따라 센트럴 역 전에 내렸다.


매연이 잔뜩 낀 굴다리를 통과한다. 장트 파울리에서 열리는 공연 포스터가 걸어가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여자와 남자의 이상적인 몸매에 내린 네온사인 실루엣, 맥주 거품, 일렉트릭 기타, 바 이름, 날짜 같은 것들이 난잡하게 겹쳐 있다. 다양한 성별을 위한 성매매 업소들, 속옷을 걸치지 않고도 당당한 자세의 사람들, 대낮에도 술에 취한 녀석들, 좁은 방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 오래된 마약과 그만큼 오래된 폭력. 


오래된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 둘이 지나쳐갔다. 그들은 포스터 곁을 스쳐 지나가며  게걸스럽게 웃었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수트를 입은 금발의 말끔한 젊은 남자가 전화를 하며 지나갔다. 역시 알아들을 수 없다. 3명의 아이들을 찻길로부터 지키며 평범한 부부가 무어라 말하며 지나갔다. 모두가 힐끔 포스터를 보았다. 


지나치게 발달한 대도시의 오래된 철도는 낡은 철이 주는 비인간성이 너무나 오랫동안 황폐화되어 그 붉은색이 오히려 철근이 태어났을 때의 마음대로 구부러지던 기억을 되살렸다. 해가 저물어 가는 하늘 앞에 놓인 수십 개의 철도에는 여러 곳으로부터 온 색색깔의 기차가 서 있었다.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그림자로 밖에 안 보이는 커다란 플랫폼, 검은 먼지가 겹겹이 낀 유리와 쇠. 호텔 사보이, 북쪽으로부터 난 철도, 서쪽으로 가는 사람, 잠깐 동안 머물 수밖에 없던 친구들, 그 짧은 순간 동안 보금자리였던 하얀 시트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가 흐릿한 사진들처럼 겹쳐지며 사라졌다. 


여행 중 생기는 일들은 계획된 것이 별로 없어서, 아무리 시간표대로 움직여도 끊임없이 처음 보는 장면들을 지나치며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이다. 사실 우리의 모든 일상 역시, 요한이 보낸 메시지나 페리가 보낸 메시지, 진이 보낸 메시지처럼 모두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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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fen 항구



작가의 말 :

유난히 쓰기 어려운 챕터였습니다. 

너털웃음을 짓는 요한의 얼굴은 여러분도 알고 있는 얼굴일지도 모르겠네요. 수수께끼 같은 소리라고요? 

여행은 계속됩니다. 아, 다음 챕터엔 꽤 멋진 미남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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