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를 떠나며....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2편 Toronto-24)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Toronto



24. 토론토를 떠나며....


출입국 기록을 보니 2000년 여름이 시작되가는 6월 3일에 캐나다 토론토의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다. 이삿짐이라고는 당시에도 역시 손가방 몇 개가 전부였는데, 차를 갖고 마중 나온 동료 주재원이 나머지 짐은 어디 있냐고 묻길래 이게 다라고 했더니 고개를 꺄우뚱하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공항 밖으로 나를 안내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설렘과 기대로 그렇게 처음 캐나다 땅을 밟고 주재 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 토론토의 그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19년 전 일이 되어 버렸다. 캐나다에서 주재 근무하던 시간도 역시 그렇게 훌쩍 흘러버린 것이다.


캐나다 주재 근무를 마치고는 본사에 귀국해서 약 2년 잠시 근무하다가 또 다른 나라로 몇 차례 주재 나갔었고, 이제는 그 모든 생활을 접고 책상에 앉아 그 시절 그때의 기억들을 이렇게 글로 옮기고 있다.


내 인생의 시간 약 3년여를 소비하며 살았던 캐나다였지만, 이제 남겨진 것은 사진 몇 장과 머릿속의 기억뿐이다. 주재 근무를 마치고 귀임하면서 본사에 제출해야 했던 업무 관련 기록들도 컴퓨터에 몇 건 남아 있긴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마음에 와닿는 내용 전혀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캐나다에서 보냈던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때 정말 후회 없이 최선의 열정을 갖고 그 시간을 대했는지 자문해보면 왠지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 캐나다에서 보낸 시간도 역시 아쉬움만 가득했던 내 인생의 또 다른 텅 빈 시간이 아니었을지....


서랍을 정리하다가 보니 캐나다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가 구석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이 카드도 과거 한때 나와 함께 캐나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캐나다라는 먼 이국 땅에서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카드는 이미 16년 전인 2003년 2월로 유효기간이 모두 만료되었다. 이제는 아무런 존재이유도 없는 것이다....


사진) 2003년 2월로 유효기간이 종료된 캐나다 Scotia Bank의 신용카드.


그렇게 이 카드의 역할과 수명은 끝이 난 것처럼, 내 인생의 유효기간도 언젠가는 만료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물론 그 유효기간이 도대체 언제까지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직 내 인생의 유효기간은 만료되지 않았다


그런데 후회와 미련이 가득 찬 흘러간 과거는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아직까지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내 인생의 남은 시간만이라도 과거와 다르게 아쉬움과 안타까움 없이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데 실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 여전히 자신이 없다. 캐나다에서 보낸 후회와 아쉬움 가득한 삶과 똑같은 삶을 동일하게 반복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 질 녘 토론토 하숙집 근처 짙은 나무 향기가 그립고,

세상을 먼저 떠난 Jimmy의 환한 웃음이 그립고,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미소가 그립고,

아파트 창 밖 Toronto 야경이 그립고,

컴컴한 집 카펫에서 올라오는 쾨쾨한 냄새가 그립고,

어두운 방 불빛에 어른거리던 먼지가 그립고,

고속도로 401을 질주하던 모습이 그립고,

아름다운 법인 건물이 그립고,

너무도 파란 토론토의 하늘이 그립고,

폭탄머리 아이와 가족이 그립고,

이태리 식당에서 마시던 와인이 그립고,

식탁으로 사용하던 라면 박스가 그립고,

사랑했던 여인들이 그립고,


토론토와 캐나다를 생각하면 그리운 것들이 아직도 너무나 가득한데 이제는 결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뿐이다....


keyword
팔로워 270
이전 23화토론토, 기억에 남는 단편들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