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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Jan 22. 2024

오리를 한참 바라봤다

홍제천 산책

홍제천에서 만난 오리들(오일파스텔 ⓒ신운선)

오랜만에 홍제천 산책을 했다. 옷을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뺨에 닿는 바람이 쌀쌀했다. 이런 계절이면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들의 겨울나기가 걱정된다. 길냥이를 만나면 주려고 고양이 간식을 챙겨 나오는 수준이지만 다들 무사히 이 추위를 버티어 내기를 바라게 된다.


홍제천변의 여름 내 푸르고 울창했던 나무들은 푸른빛이 사그라들었다. 드문드문 초록의 이파리와 아직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들이 보였다. 녹지 않는 눈과 살얼음 사이로 찰찰 거리며 흘러가는 물소리가 들렸다. 마치 그 소리는 자연이 그들 나름대로 생명을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생명을 만들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듯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내 걱정이 아주 시시해지면서 내가 거대한 자연의 미미한 일부라는 걸 깨닫게 했다.


찬 물결에도 햇빛은 비춰 반짝거렸고 여러 마리의 오리들과 두루미가 참방거렸다.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며 그들이 노는 걸 한참을 바라봤다.

위 그림의 모델이 된 홍제천 오리 사진(by신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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