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 시작하는 아이패드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일은 6시에 끝났지만 수업 장소가 신길동이어서 지체할 시간 없이 바로 출발했다. 수업 5분 전에 도착을 했다.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수업은 아이패드를 다루는 기초를 익히며 선생님이 가져온 그림을 따라 그리는 거였다. 아이패드를 다루는 기초를 배운 적이 있지만, 또 새로웠다. 더디게 따라 했다. 내게 선택지가 있다면 선생님이 가져온 그림 말고 숲의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선택지는 없었다.
아이패드를 다루는 게 서툴다 보니 색이 모두 날아가기도 하고 색이 안 입혀지기도 했다. 그걸 해결하려고 허둥대다 보면 선생님의 말도 자꾸 놓쳤다. 자주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나를 지나가며 내가 잘하고 있나 들여다보며 조언을 주기도 했다. 그게 고마워서 나는 더 열심히 했다. 젊은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꾹 참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직접 따라 그리다 보니 그림 그리기 전에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귀엽게 느껴졌다. 몽실몽실한 토끼의 귀와 엉덩이, 볼과 코, 앙증맞은 솜방망이 같은 손, 당근 아이스크림 모두 귀여웠다. 그림이 점점 좋아져서 자꾸 터치를 더하게 됐다. 윤슬이나 구름, 별 모두 선생님의 그림보다 과하게 표현이 됐다. 그림의 주인공이 귀여워서 내 마음이 자꾸 간 탓이다.
귀여운 게 자꾸 귀엽다 보니 문득 나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야 할 텐데…… 생각했다. 먼 얘기지만 어쨌든 귀여워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귀여움도 할머니도. 아직은 멀리 있는 귀여움과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