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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 Jun 01. 2024

6월은 또 다른 시작점

속도는 생각하지 마


6월이 되었다.


연초에 했던 다짐은 흐릿해지고

식어버린 열정을 덮는, 뜨거운 여름이 오는 6월이다.


여름의 해질녘, 눈길 닿는 곳이면 주황빛으로 반짝


2024년 상반기에는 열심히 경험을 수집하러 다녔다. 좋아하는 공간, 공연, 강의, 사람들의 발자취를 쫓았다. 한 발 더 가까이 간 시간 속에서 비록 혼자만의 걸음이었다 해도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눈앞에 마주하는 날이 오겠지,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언젠가 모은 도토리들을 대방출할 겨울이 오지 않을까. 척박하게만 느껴지는 계절이 와도 마음이 든든하게끔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부지런히 쟁였다.


피크닉 <…인간은 달린다> 전시 작품 속 문구들

Don’t think speed / Draw the line

Don’t think pace / Draw the feeling

Don’t Judge / Stop the noise…



이번 달이면 짧았던 인턴이 끝이 난다.

나에게 일어난 '기적'같았던 일터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자라게 해 주었고, 더 나아가 스스로 행동하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알게 해 준 공간, 나는 그런 곳에서 성장하는 것 같다. 매일 업계 기사를 리서치하며 동향을 파악하고, 텍스트에서 얻는 인사이트 양을 늘렸다. 전시도 많이 보러 다니고, 나만의 시각을 조금씩 구축해 갔다. 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9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을 다녔고, 언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구몬 일본어와 영어 스터디에 등록했다.


주변 선생님들 모두 업무를 성장의 한 부분이라 여기고 자신의 자리,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계신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팀의 방향성을 잘 잡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것, 개선해야 할 점을 소통하는 모습도. 일이 끝나도 개인의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해 볼 것 같다. 업무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얻은 곳이었어!




6, 7월이면 끝과 동시에 시작이다.

나에겐 꽤 먼, 큰 용기를 낸 이주를 앞두고 있다.

확실한 것이 없지만 더 미루지 않고 도전해보려 한다. 안정감을 기반으로 사는 사람이라 낯선 도시에 떨어질 불안감은 있지만 이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해 지금부터 내가 가진 곳간을 잘 채워두고 싶다. 시작을 앞둔 마음은 언제나 걱정과 설렘, 불안.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시나리오가 펼쳐지진 않을까, 무엇하나 대비할 수도 없지만 일단 나를 믿고 가보자.




변화를 앞둔 여름의 초입에서 작년 여름은 어땠나,

지난 일기를 꺼내본다.


'이번 해에는 유독 내가 어디로 가는가, 향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정처 없이 떠도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내 안에서 중심을 잘 잡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행동을 해야 할 시기니까.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그럼 수고해.'


작년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

다만 이때는 더 많이 불안하고 쉽게 흔들렸다.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어서, 그렇지만 무얼 해야 할지는 분명히 보이는 그런 시기였다. '성취의 경험'이 필요했고, '스스로 점검하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고민 끝에 전공을 살려 지원했고, 다행히 인턴으로 4개월 동안 일을 했다.


2023년 연말에 다다라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가득 차있었다. 연초에는 하동을 오가며 인터뷰하고 자료집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5-6월에는 팝업스토어에서 일을 하고, 연말에는 인턴으로 4개월 일을 했다. 일하는 기간들이 길지 않아서 환경에 익숙해질 즈음 또다시 고민의 시기가 빠르게 다가왔다.


작년의 고민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지금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는 길이 흐릿하긴 하지만 목표는 분명해진 것 같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될까, 목표를 마땅히 세우지 않고 두 다리만 믿고 걷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 곳을 향해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2024년의 연말, 지나 온 시간을 보면서 바라던 대로 되었구나 생각할 수 있길 바라며.


찰나로 기록될,

올해 여름도 잘 부탁해!


옥상달빛 라디오 원고_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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