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병원 진료가 잡혔다. 평소라면 무조건 함께 갔을 거다. 두 손을 꼭 잡고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나란히 앉았을 거다. 딸아이의 눈을 쳐다보며 괜찮을 거라 나직이 말했을 거다.
경순 씨는 성격이 급하다. 1인분씩 누르는 쌀통을 기억하는가? 3인분 밥을 하려면 버튼을 3번 눌러 쌀을 빼내야 한다. 경순 씨는 대개 너무 빠르게 버튼을 눌러서 2인분만 나온 건지 3인분이 나온 건지 헷갈려했다.
손도 무지하게 빨라 반찬도 빨리빨리 척척해내고 상차림도 상을 치우는 것도 빠르다. 어딜 가나 일머리가 좋다는 말을 듣는 경순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