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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May 16. 2019

7화 오키나와에서 만난 크래프트 맥주

고야 드라이, 시콰사 화이트 에일, 푸른 하늘과 바다의 맥주




명색이 맥주 작가인데 온통 여행 얘기뿐이라, 간단하게 오키나와에서 마신 크래프트 맥주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오늘 다뤄 볼 맥주는 오키나와 크래프트 맥주, 헬리오스이다.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크래프트 맥주를 마신다. 일본은 크래프트 맥주의 성지는 아닐지라도 크래프트 맥주가 발달된 나라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크래프트 맥주의 '크'자도 보기 힘들 걸로 생각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개인적인 욕심을 자제하기로 해서이다. 맥주 사전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일본에는 5개의 대기업 맥주와 약 200여 개의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1994년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kl 이상 생산해야만 했다. 사실상 대기업 아니고서는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최소 생산 수량이 60kl로 완화되었다. 이로 인해 규제 이후 한 때 300여 개 이상으로 늘어났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은 점차 양조장 간의 경쟁, 발포주와 제3의 맥주의 출현 등의 요인으로 줄어들어 지금은 약 200여 개가 남아 있다. 일본에서는 크래프트 맥주를 '지비루(地ビール)'라고 부른다.


이 중 오키나와의 크래프트 맥주로 알고 있었던 것은 헬리오스 맥주와 이시가키 맥주였다. - 오키나와 여행 중에 이 것 외에 두 개의 크래프트 맥주를 더 발견했다. 어쩌면 이 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 이시가키 맥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키나와 본섬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이시가키 섬에서나 마실 수 있는 맥주이다. 그렇기 때문에 '헬리오스 맥주라도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있었다. 편의점에서도 팔지 않는 헬리오스 맥주를 발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곳은 바로 생각지도 못한 호텔 내의 선물코너였다.



헬리오스 맥주를 만드는 '헬리오스주조주식회사(ヘリオス酒造株式会社)'는 원래 맥주를 전문으로 만드는 곳은 아니다. 그 보다 오키나와 전통 소주인 아와모리가 더 유명하다. 아와모리(あわもり, 泡盛)는 쌀을 원료로 한 오키나와의 전통 증류식 소주를 말한다. 일본의 전통 소주인 쇼츄(しょうちゅう, 焼酎)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르다. 쇼추가 쌀이나, 보리, 고구마 등 여러 원료를 사용하는 반면, 아와모리는 안남미(indica)라고 하는 태국산 쌀을 사용한다. 또한 쇼추가 하얀 누룩을 쓰는 반면, 아와모리는 검은 누룩을 사용한다. 오키나와에서는 아와모리가 일본 본토의 주류보다 주세를 더 감면받는 요인도 있어 많이 사랑받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아와모리를 만드는 양조장은 대략 47개 정도 있다. 헬리오스 양조장도 이 중 하나이다.


헬리오스 양조장은 1961년에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럼주를 제조하여 미군에 판매한 태양 양조장이 원조이다. 이후 사명을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을 상징하는 헬리오스로 바꾼 것이다. 처음에는 하브슈(ハブ酒)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뱀술과 흑설탕을 원료로 하는 술 등 아와모리를 생산했다. 크래프트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이다.


여담이지만 오키나와 여행 중에 하브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브는 오키나와에 서식하는 살무사의 일종으로 일본 최강의 독사라고 일컫는다. 하브로 아와모리를 만들기도 하고, 껍질은 오키나와 전통 타악기인 산신을 만들거나 가방을 만들기도 한다. 하브를 보면서 어릴 적 할머니가 대문 앞에 묻어 놓았던 뱀술 생각이 났다. 하브는 마키시 시장이나 아메리칸 빌리지의 선물 코너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다시 맥주 이야기로 돌아와서,

헬리오스 맥주로 마신 것은 총 세 가지이다. 고야 드라이, 시콰사 화이트 에일, 푸른 하늘과 바다의 맥주.


고야 드라이는 헬리오스 양조장에서 가장 먼저 생산된 맥주이다. 고야는 오키나와에서 재배되는 여주라는 식물의 일종이다. 오키나와의 전통 음식으로 두부와 채소 등을 섞어서 볶아 먹는 챤푸르(チャンプルー)라고 있는 데 고야는 챤푸르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이다. 고야의 맛은 약간 쌉쌀한 편이다. 헬리오스 양조장이 맥주를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어떤 재료를 쓰기로 했을까 상상해보니 오키나와의 고야야 말로 가장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홉과 함께 어울려서 맥주의 쓴 맛을 내기에 좋은 재료인 것이다. 고야 자체가 약간 쌉쌀한 맛을 내긴 하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맥주를 마시고 고야의 맛은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맥주는 청량했고 뒷맛은 깔끔했다. 햇빛이 강한 오키나와 해변에서 마시면 어울릴 것 같은 맥주였다.

사진 출처 : helios-syuzo.co.jp


시콰사 화이트 에일은 '시콰사 (シークヮーサー)'라고 하는 오키나와 산 과일이 들어간 벨기에식 밀맥주이다. 시콰사란 레몬이나 라임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오키나와와 대만에서 자생되는 식물이다. 오키나와에선 주스나 요리에 레몬 대신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맛을 봤을 때는 동남아에서 맛 본 칼라만시와 비슷했다. 이 맥주는 쉽게 설명하면 호가든에서 오렌지 껍질과 코리앤더를 빼고 칼라만시를 넣었을 경우를 상상하면 된다. 오키나와의 마트에 가면 시콰사를 사용한 주스나 맥주가 꽤 있다. 그중 오리온 맥주에서 나온 오리온 트로피컬 컬렉션도 시콰사를 첨가한 라거 맥주(맥주라고 쓰고 발포주라 읽는다)이다. 시콰사를 사용한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 비교해서 마셔볼 만하다.

사진 출처 : helios-syuzo.co.jp


푸른 하늘과 바다의 맥주는 정통 독일식 밀맥주이다. 시콰사라는 부재료를 첨가한 벨기에식 밀맥주와는 많이 다르다. 이 맥주는 부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맥아 100%와 홉, 효모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 그 맛은 과일 향과 버블 껌 향 같은 것이다. 시콰사 맥주는 확실히 호불호가 있을 테지만, 이 맥주는 대체로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 그런데 맥주의 이름이 너무 이쁘다. 오키나와의 바닷바람이 불 것 같다. 원래의 이름은 '青い空と海のビール(아오이 소라토 우미노 비루)'이다. 맥주 병만 보고 있었도 저절로 오키나와의 푸른 하늘과 바다가 그려진다.

사진 출처 : helios-syuzo.co.jp


나는 헬리오스 맥주를 문비치 호텔의 선물 코너에서 구입했다. 일반 편의점에서는 팔지 않기 때문에 구입이 어려울 수 있다. 국제 거리에는 헬리오스 맥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펍이 있다고 들었다. 그 밖의 오키나와 크래프트 맥주로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판매하는 차탄 하버 비어(Chatan Harbor Beer)와 오키나와 월드에서 판매하는 오키나와 산고 비어(Okinawa Sango Beer)가 있다. 그리고 또 무언가 있을 지도...

(좌) 시콰사가 들어간 오리온 맥주, (우) 아메리칸 빌리지의 차탄 하버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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