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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03. 2019

여행의 의미-혼자였지만 둘이 되고 싶은 이유

한달 유럽 배낭여행- France 소도시 스트라스부르&콜마르 편


· 여행의 의미-"혼자였지만 둘이 되고 싶은 이유"
· 한달 여자 혼자 유럽 배낭여행
· 아늑한 분위기의 프랑스 소도시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파리에서 스위스로 건너가는 길에 파리 교외에 있는 동화마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와 콜마르(Colmar)에 들르기로 한다.



스트라부르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독일어의 '길(Strass)'과 '도시(Burg)'를 합친 말이다. 

이 지역은 프랑스가 30년 전쟁으로 신성 로마 제국으로부터 획득한 전리품같은 곳이자 위치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분쟁이 끊임없던 지역이다. 세계 제1차 대전 이후에서야 전승국인 프랑스의 구역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중세 시기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스트라스부르는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자국민의 국내여행지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 


아침 7시 스트라스부르에 가기 위해 파리 동역(Gare de l’Est)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파리 동역에서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로 가는 기차의 출발 예정 시간은 7시 45분. 파리 동역 지하철역과 기차역은 연결되어있지 않다. 역사의 안내원에게 길을 물어 지하철 밖으로 나온다. 큰길 건너에 파리 동역 기차역의 모습이 보인다.


기차역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파리에 이제 막 도착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들에게 눈이 간다. 그들을 스치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잠시, 들어선 동역은 사람들로 지나치게 붐비는 모습이다. 스트라스부르 행 기차가 있는 곳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곧바로 어떤 이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는 역무소의 안내원에게 다가가 묻기로 한다.


"Excuse me, where can I take the train to Strasbourg?"
(실례합니다. 스트라스부르 행 기차는 어디서 타나요?)



여행을 다녀와서 생긴 버릇이 있는 데, 하나는 호주머니나 가방 앞지퍼에는 귀중품이나 지갑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익숙한 지하철을 탈 때에도 '플랫폼(platform)'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행 동안 13개국 26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기차와 지하철, 버스, 비행기를 이용하기를 수십 번. 슬로베니아에서 기찻길 사고로 중간에 버스로 갈아타야 했던 경우를 제외하곤 이동수단을 놓치거나, 잘못 타거나 한 적은 없었다.


계획이 무리 없이 지켜졌던 이유는 여행의 이동경로와 이동수단을 잘 선택 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의 실수로도 전체적인 여행경로나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는 항상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이동수단의 정류장 위치, 정류장에서 안내되는 플랫폼의 정보가 가장 중요한데, 막상 상황을 마주하면 긴장이 되어 집중을 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처음으로 간 곳은 설렘과 함께 항상 '불안'과 '긴장'을 가져온다. 계획한 것을 다 이뤄야만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계획을 한 뒤에 움직이면 결과는 웬만큼 따라온다.

비록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생길지라도 곧바로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그것을 아우르고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


여행길에서 배운 건 준비와 함께 나의 손을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순종하는 마음을 갖는 것, 바로 '담대함(great courage)'이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예약한 좌석의 번호를 확인하고 좌석을 찾아보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차 칸의 끝으로 가면서 도움을 구할 수 있을 사람을 찾아본다.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안경을 쓴 젊은 서양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에게 다가가 나는 정중히 부탁을 한다.


"Ecxuse me. Could you help me to find my seat please?"
(실례합니다. 제 좌석을 찾는 것을 도와 주실 수 있습니까?)

그녀는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한다.
"Okay, let me help you".
(네, 제가 도와줄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녀를 따라 좌석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지나쳐 온 곳이었다. 혼자서도 분명 찾을 수 있었을 곳인데, 난 그곳을 지나쳐 왔다. '아마도 긴장했겠지. 유럽여행 와서 처음으로 이동하는 거잖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통해서 아주 쉬운 일들도 어렵게 느껴지는 때때로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렇듯 다른 이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런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것이다. 가끔은 손을 내미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하므로.






스트라스부르 관광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의 유리 궁전 외관(사진 옥별아)


기차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은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유리 궁전으로 덮은 특이한 모습이다. 기차역에서 나오면 탁 트인 도시의 모습만큼이나 스트라스부르의 맑은 공기가 숨통을 틔어주는 듯하다.

스트라스부르 일 강(Ill


첫 여행지였던 파리에서의 긴장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함이 느껴지는 거리를 거닐다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는 단체 관광객들과 가족단위의 유럽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대형 호스텔이었다.

 

숙소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스트라스부르 주택(사진 옥별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스트라스부르의 주택들이 유독 반갑다. 숙소에서의 짧은 휴식 후 스트라스부르의 관광 명소 쁘띠 프랑스(La petite France)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라인 강(Rhine River)의 지류인 일 강(Ill River)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스트라스부르의 모습을 만끽한다.

 

 시내의 트램(사진 옥별아)




쁘띠프랑스의 알자스 전통가옥의 모습(사진 옥별아)

쁘띠 프랑스


쁘띠프랑스의 4,5 층 주택들은 알자스(Alsace) 지역 가옥의 특징인 파스텔톤의 외벽에 짙은 갈색의 나무목재를 덧댄 모습이다. 400~500년 전에 세워진 건축물들이라고 하니, 쁘띠프랑스는 중세시대의 알자스 지방의 서민들의 삶을 느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만난 도시들 중에서도 다른 지역의 유럽 관광객들이 가족단위로 여행 오는 곳인 듯 했다.


쁘띠 프랑스 전경 (사진 옥별아)
쁘띠 프랑스 일 강(Ill) 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보는 쁘띠 프랑스 전경(사진 옥별아)





보방 댐


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관광객들보다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곳들이 있는데, 스트라스부르의 보방 댐(Barrage Vauban)도 그중 하나였다. 보방 댐은 1681년 건축가 보방이 세운 것으로,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홍수를 조절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오늘날 보방댐은 일 강(Ill)을 건너는 다리(bridge) 역할은 물론, 스트라스부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여행객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보방댐 다리에서 바라보는 스트라스부르 전경(사진 옥별아)


보방 댐에서 가까운 곳에는 스트라스부르 대학교(Strasbourg University)가 있어서 그런지 다리는 대학생들로 가득해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트라스부르의 젊은이들과 함께 한참 동안 스트라스부르의 모습을 눈에 담아보다 저 멀리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을 발견하곤 시선이 멈춘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센 강(Seine River)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면,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 존재로 스트라스부르라는 도시가 완성된다는 느낌을 줄만큼 도시를 대표한다.





클레베르 광장과 벼룩시장


그 건축물을 향하여 방향을 잡은 뒤 거리로 나서본다. 가는 길에 스트라스부르 중앙에 위치한 클레베르 광장(Kléber Square) 옆에서는 벼룩시장이 한창이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골동품 시장(Antique Market)을 자주 마주친다.


액세서리부터 그릇, 옷가지, 가구 등 보이지 않는 것이 없다. 은그릇에서 공방에서 사용하던 도구들까지. 저렴한 가격의 유럽의 문화를 담은 골동품을 구매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다.


스트라스부르 클레베르 광장 과 골동품 마켓(사진 옥별아)





골목길을 지나면 보이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사진 옥별아)


스트라스 노트르담 대 성당


골동품 시장을 지나 상점들이 늘어선 골목 끝에 드디어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Cathedrale de Notre-Dame de Strasbourg)의 모습이 나타난다.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작은 골목에서도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당의 모습을 천천히 음미하느라 잠깐 동안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를 후회하지 않는다. 


어딘가의 골목 끝에, 마주하는 것이 이런 광경이라면 어느 길이든 가보겠노라고 생각이 들었다.



11세기 초에 짓기 시작한 이 성당은 300년이 걸려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기간만큼이나 공들인 섬세한 성당의 외관은 보자마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수천 개의 정교한 조각들로 꾸며진 외관은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화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잘 어울리는 듯한, 과하지 않은 '정갈함(neat and proper)'이 느껴진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스트라스부르의 햇빛을 받아 내부는 더욱 풍족한 모습이다. 성당 안에 울려 퍼지는 찬송가는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빛과 더불어 성당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19세기까지는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는 성당, 그래서 유난히 높은 천장. 그러나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에서 마주한 여느 성당보다 아늑했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의 마리아와 예수 조각과 성당 내부의 예수 십자가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사진 옥별아)




또다른 소도시 콜마르 여행


스트라스부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 찾은 콜마르(Colmar)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남서쪽 약 64km, 기차로 30분이면 도착한다.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에서 콜마르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는 30분마다 있어 양 도시를 오가는 교통이 편리하다.


스트라스부르 역에서 바로 발권한 콜마르행 기차표와 콜마르 역(사진 옥별아)

 

콜마르는 스트라스부르와 마찬가지로 국경지대에 있는 지역으로 불안정한 위치를 반복했지만 전쟁의 피해가 거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동화 속 중세 유럽 도시를 간직한 스트라스부르와 닮은 역사를 가진 콜마르, 그 도시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지는 설렘을 안고 도시로 향한다.





로슈 강과 알자르 지방 전통 가옥의 모습(사진 옥별아)

포도주 산지 콜마르


마주한 도시는 돌조각이 촘촘히 박힌 좁은 골목, 아름다운 간판이 걸린 파스텔 톤 건물, 운하를 따라 늘어선 카페 등 독특한 분위기가 알자스 지역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듯했다.

콜마르 시내에는 스트라스부르의 일(Ill) 강의 1/5 정도의 좁은 강폭의 로슈(Lauch) 강이 흐른다.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알자스 지방의 주 포도주생산 도시 콜마르, 이 도시의 강은 작은 운하로 만들어져 예전부터 운송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콜마르 시내를 오고가는 꼬마버스와 콜마르 구시가지 전경(사진 옥별아)




쁘띠 베니스, 콜마르의 작은 운하와 쪽배


이 운하를 따라서는 작은 쪽배로 관광객들이 콜마르 시내와 만나고 있었다. 10월의 낙엽을 닮은 콜마르의 정취를 느끼며 매 정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도착한 선착장에는 아이 둘을 데려온 아버지가 보인다. 뱃사공의 안내를 받고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콜마르로 여행을 온 이 가족과 함께 배를 탄다.


뱃사공은 콜마르를 '쁘띠 베니스(Petite Venice)'라고 소개했다. 뱃사공의 모습에서 이태리 베니스(Venice)와 닮은 물과 잘 어울리는 도시 콜마르를 느껴본다.


콜마르를 관광할 수 있는 교통수단 쪽배(사진 옥별아)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의 배경지 중 한 곳인 콜마르는 동화같은 로맨스를 꿈꾸게 해준다.


 하얀 눈과 잘 어울릴 듯한 아름다운 도시, 크리스마스 마켓 거리의 화려함으로 겨울마저 따듯할 것 같은 소도시 콜마르.


'사랑'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도시이다. 이 곳에서라면 누구나 행복할 것만 같은 동화 속 도시 콜마르이다.



이 마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혼자서도 행복하지만 둘이서도 행복하고 싶어.


혼자이면 행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에- "둘이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가 아니라, 둘이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나'에서 '우리'로 세상을 넓혀주는 아름다운 소도시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여행을 마친다.



스트라스부르 일 강(Ill)의 백조(사진 옥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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