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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별아star a Feb 18. 2019

여행의 의미-미완성된, 그러나 완전한:가우디 건축 2편

유럽 배낭여행-Spain Barcelona 구엘공원(ParkGuell)

가우디 건축물 두 번째 편- 구엘공원(Park Guell) 편





구엘공원으로 향하는 발걸음



구엘공원으로 가는 방법은 정문으로 입장하는 방법과 후문으로 입장하는 방법 두 가지이다. 일반적으로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여 정문으로 입장하지만, 지하철로 이동하는 관광객들은 메트로 3호선을 타고 발카르카(Vallcarca) 역에서 내려 후문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나는 구엘공원으로 입장할 때는 후문으로, 나올 때는 정문으로 바르셀로나 시내를 내려보며 나가기로 한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후문으로 가는 언덕길은 경사가 져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조금 벅차다. 다행히 짧은 길이의 에스컬레이터 다섯 개를 타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바르셀로나 골목과 주택은 여느 가정집의 모습처럼 포근하다.


구엘공원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는 후문 길


언덕의 정상에 다다랐을 때 '경고! 이곳은 구엘공원의 입구이며 음식과 음료를 구매하실 수 있는 마지막 장소입니다'라는 카페의 패널(panel)이 보인다.


구엘공원 입구의 카페 입간판과 공원 정상의 돌탑(사진 옥별아)


언덕 정상에는 가판대를 가진 작은 카페가 있다. 이 카페를 지나자 바르셀로나 전경이 보이는 높은 평지가 나타난다. 이 평지에는 비교적 너비가 있는 돌탑이 있는데, 돌탑 위에 올라서면 바르셀로나 전경을 보다 넓게 담을 수 있다. 저 멀리 가우디의 또 다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볼 수 있다.


공원 언덕 정상에서 보는 바르셀로나 전경의 모습(사진 옥별아)


언덕의 정상을 벗어나면 단정한 흙길 위 길게 뻗은 가로수길을 마주한다. 지중해를 담은 야자수로 꾸며진 멋스러운 가로수길은 구엘공원의 가장 높은 지대로, 산 중턱의 넓은 평지를 자연 그대로 살려낸 모습이다.


야자수 가로수길 in 구엘공원(사진 옥별아)


가로수길은 구엘공원에서 바라본 지중해와 야자수로 스페인의 따듯한 기운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가로수길에서 타일 벤치(bench)의 출입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구엘공원 타일 벤치(tile bench)와 트랜카디스 기법(trancadis)


타일 벤치는 구엘공원의 가장 높은 지대와 구엘공원의 건축물을 이어주는 건축물의 '지붕'이다. 또한 그 너비가 광장이라 할 만큼 거대하여 구엘공원 광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은 벤치에 앉아 바르셀로나 시내 전경을 감상하기도 하며, 넓은 지붕 위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며 햇볕을 즐긴다. '광장'의 모습 그대로를 품은 넓은 지붕이다.


트랜카디스 기법으로 독특한 문양을 가진 벤치
단란하게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과 저 멀리 지중해(사진 옥별아)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처럼 구엘공원의 벤치도 트렌카디스(trencadis) 기법으로 타일이 완성되었다. 모든 조각들이 퍼즐을 맞추듯이 들어맞어 있는 타일 벤치의 문양은 조금 특별하다. 수작업으로 타일을 끼워 맞추며 문양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타일 벤치의 각각의 문양은 모두 다르며 세상에 단 한 개만이 존재한다(one&only).



타일 벤치는 타일의 차가운 재질과 강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돌과 바람, 햇볕과 어우러져 자연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벤치에서 바라보는 시내전경과 지중해(사진 옥별아)



"인간은 직선(straight line)을 창조하고, 신으로부터는 곡선(curve line)이 창조된다".
                                      -안토니 가우디-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에 곡선의 미(美)를 담고자 하였는데, 타일 벤치 또한 구름과 바다의 파도를 연상케 하는 굵은 곡선 형태로 건축되었다.



직선을 곡선으로 만드는 것, 사람을 사랑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한 신의 가르침을 따라 자신의 신념을 건축물에 반영한 가우디이다.



지중해를 담은 구엘공원의 자연미(사진 옥별아)



구엘공원의 기둥들


벤치 타일은 공원의 낮은 지대와 높은 지대를 연결해주는 석조 건물의 지붕이다. 이 지붕을 받쳐주고 있는 86개의 석조 기둥은 그리스 도리아 양식을 빌어 건축되었다. 기둥은 단정하고 정갈한 공원의 이미지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


견고하게 지어진 석조 기둥은 타일 지붕의 광장과 어우러져 공원의 중심부를 무게감 있게 잡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구엘공원 내 그리스 도리아 식 기둥 (사진 옥별아)


석조 건물에는 색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꾸며진 아름다운 천장이 있다. 하늘과 구름, 해를 표현한 타일 천장은 건물 아래 서늘한 공간에도 따스한 기운을 불러다 주고 있다.


천장의 <구름과 태양> 웅덩이(사진 옥별아)


기둥을 지나 더 낮은 지대로 내려오면 인공 석굴을 마주한다. 인공 석굴은 파도와 같은 곡선으로 만들어져 자연을 닮아 있다. 높은 지대와 낮은 지대를 이어주고 있어 공원이 위치한 산 중턱의 지형을 받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자연석을 일일이 쌓아 올려 만들어낸 인공 석굴은 실제로 마주하면 자연미가 더 느껴진다.



인공석굴의 모습(사진 옥별아)



피톤 분수대(python fountain)와 물 부족 도시 바르셀로나


인공 석굴을 지나 공원의 가장 낮은 지대로 내려가는 중앙 계단에는 구엘공원의 마스코트인 피톤(python) 분수가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피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뱀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大地)의 여신 가이아가 홀로 낳은 아들이다. 피톤은 홍수가 지나가고 물이 빠지면서 대지에 남은 썩은 진흙과 수렁 속에서 기어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의 피톤은 지하수의 수호신을 상징한다.



바르셀로나는 강우량이 적어 어떤 해는 물 부족으로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는 지역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650mm 남짓으로 우리나라의 1300mm의 절반 가량이다. 그래서 오늘날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도시건축과 산업개발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구엘공원이 지어지던 1900년대에도 강수량 부족은 바르셀로나의 골칫거리였다. 가우디는 그 당시에도  물 부족에서 오는 불편함을 건축물을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비가 오면, 광장으로 흘러내린 빗물들은 광장의 바닥이자 건물 천장의 자갈과 모래로 스며든다. 스며든 빗물은 천장의 움푹 파인 넓은 웅덩이에 모여진다. 이렇게 모여진 빗물은 석조 기둥 안의 관을 통해  지하로 흘러 내려가고 피톤 분수대로 뿜어져 나와 시민들의 식수가 되었다.


지하수의 수호신 피톤(사진 옥별아)


빗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시설까지 마련한 가우디. 그는 건축물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도록 설계하였다. 가우디를 통해 건축의 참된 뜻을 알 수 있다.






미완성 건축물, 구엘공원


공원의 가장 낮은 지대이자 공원의 정문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건물 두 채가 보인다. 갈색의 외관과 하얀 지붕은 비스킷 위에 화이트 초콜릿을 얹은 동화 속 과자집의 모습을 닮아있다.


구엘공원 내 동화 속 과자집 모습의 건물 두 채(사진 옥별아)


이 건물은 건축 당시에 공원의 경비실과 관리인 가족이 거주하는 곳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기념품 샵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 건물 안에서 공원을 바라보면 과연 그 본래 건축물의 용도에 맞게 공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이다.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에 동화적 상상력과 신화적 의의를 담아내는 건축가였다. 무엇보다 종교적 신념과 열의로 건축물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사람이 지내기 좋은 건축물'이라는 실질적인 건축의 역할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음으로 더욱 인정받았던 위대한 건축가이다.



현재 기념품 샵인 건물 내에서 보는 구엘공원의 전경(사진 옥별아)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이자 1900년대 당시 카탈루냐 지역의 부호였던 구엘 백작이 고급 주택 단지로 가우디에게 건축을 부탁했던 부지였다. 그러나 공사 도중에 구엘 백작이 세상을 떠나면서 공사 자금난에 시달려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바르셀로나 시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하여 공원으로 재탄생된 게 지금의 모습이다.


본래 목적과 설계로는 미완성된 곳, 구엘공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치 광장, 중앙계단과 분수대, 건물 두 채의 모습으로도 부족함 없이 완전하다.


가우디가 건축물에 담은 가치(value)가 특별했기 때문이 아닐까?


가우디는 192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구엘공원 내에 거주했다고 한다. 그가 꿈꿨던 유토피아, 그 유토피아를 실현시키고자 했던 곳이 구엘공원이다. 가우디에게 유토피아는 결핍을 채워주고, 자연을 벗 삼고, 신을 경외하는 곳이었다.



그의 열정과 순수함이 담긴 구엘공원. 오늘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행복을 주는 유토피아적 건축물이 되었다.




구엘공원 정원의 모습(사진 옥별아)



3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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