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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뻔펀한 홍사장 Jun 20. 2024

제값, 돈값, 꼴값

마음꼴이 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

가게가 왁자지껄하다.

손님이 많은 건 아니고, 일부 손님들의 대화 소리에 가게 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야, 이 XX야, 너 꼴값 떨지 마~”

굳이 듣기를 원치 않아도, 손님들의 음성이 워낙 커서 내용이 귀에 쿡쿡 들어오고 있다.


꼴값... 꼴값 떤다라.

글을 쓰기로 한 뒤부터는 한 단어, 한 단어 소홀히 하려 하지 않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표준국어대사전

역시나, 긍정적인 뜻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꼴값’이라는 속어가 자주 사용된다. 이것은 ‘꼴’과 ‘값’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한 것으로,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부적절한 짓을 묘사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때로는 이 단어가 남을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원래 사물의 모양이나 됨됨이를 뜻하는 ‘골(꼴)’에 가치를 뜻하는 ‘값’이라는 단어, 그리고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떤다’가 합쳐졌고, 꼴값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 부정적인 뜻이 되었다고 한다.

유사한 말로 얼굴값, 인물값... 제값까지 연달아 검색이 된다.


제값: 가치에 맞는 가격, 값어치, 쓸모의 의미.

제값을 하는 사람과 물건도 있지만, 제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물건들이 더 넘쳐나는 세상이다.

제값보다 많이 받으면서 값어치를 못하는 물건은 반품(환불)을 하거나, 비싸서 속이 쓰려도, 경제교훈 얻었다 치고 다시 안 사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앵간~해서 반품도 안 되고, 환불은 더 안 되니, 속만 버린다.

품고 있자니 화병만 나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이 생겨났겠나.


사람은 정말 고쳐 쓸 수 없을까. 갱생의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일까.

사람을 ‘고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규격과 사용목적이 명확한 일반 물건과 달리, 설계되어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과 경험과 학습을 통해 변화되고 성장/성숙하는 것일 텐데,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삶의 모양새가 천양지차 아닌가.

제값을 못 하는 사람이 바로 꼴값일 테지.


값, 값어치...

그렇잖아도 요즘, 값어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다.

메뉴판 리뉴얼을 앞두고 남편과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기 때문이다.

새로 넣을 메뉴는 이 가격이 합당한 것인지. 너무 남겨서도 너무 밑져서도 안 되는 적정선은 도대체 어디까지 인 건지. 원가와 식재료는 어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남기고 싶은데, 남편은 빼 버리고 싶다는 메뉴의 이유는 납득이 안 되는 것도 많다.

‘그냥 하기 싫어서’, ‘주문이 들어오면 번거로워서’. 주방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지만, 매출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효자메뉴들은 그대로 두고 싶은 홀 담당의 마음도 있다.


지금 살아남은 메뉴들은 돈값, 맛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작은 동네 상권은 생맥주 500cc 한 잔 가격을 500원 올리려고 해도, 어느 곳이 먼저 올리는지 1년은 눈치싸움을 하는데.


돈값: 2)돈을 들인 만큼의 가치.

포털사이트에 뜬금없이 [돈값+자영업+맛집]을 검색해 다.

돈값하는 맛집이라는 관련 검색 결과가 주르륵 뜬다.

‘정말 맛있는 집일까?’ 싶다가도, ‘광고 아니겠어?’하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건, 요즘 세상에 당연지사가 되어 버렸다.


스스로에게 ‘돈값 해야지’ 되뇌면서 연기한다는 천만 배우의 이야기에, ‘얼굴값, 꼴값’했던 사람들이 지겨워 마음이 예쁜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연예계 가십까지.

세상에는 자신의 가치(값어치)에 맞게 살아가고자 애쓰는 사람들도 많고, 부모님이 주신 고운 얼굴을 꼴값 떠는 데에 소진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과연 돈값을 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갑갑해진다.


‘잘생기면 얼굴값, 못생기면 꼴값’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말에 동의한다.

대신에 ‘마음’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야 온전한 의미 완성된다.

‘마음이 잘 생기면 마음꼴에 맞는 값, 마음이 못 생기면 꼴값’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공간에서 제값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논할 것도 아니고, 논할 수준도 감히 되지 못하니,

나만의 값어치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나의 마음값아보자.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꼴값이었을 것 같으니.


* [KtN사설] 꼴값하는 사람들, 230411, 박준식 기자



*커버 이미지: 내가 좋아하는 허영만 작가님의 책_『꼴』, 허영만,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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