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맛있는 밥을 먹고 기분이 좋았을 때, 이 시간을 더 기분 좋게 보내는 방법이 있다. 계산대 앞에서 일 분 남짓의 시간. 맛있는 밥을 먹었다는 솔직한 감상평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주로 이렇게 표현한다. “정말 맛있어서 반찬까지 다 먹었지 뭐예요.” 한 치의 거짓됨이 없는 표정에 상대도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인다. 혹은 정말이냐며 테이블 쪽을 한번 보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 본 사람과 기분 좋은 대화를 한다. 밥을 함께 먹고 나온 언니와 동생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타인과의 대화는 단순하고 복잡한 일이다. 나의 경험에 대화가 편했던 경우는, 먼저 말을 건 경우인 때가 많았다. 말을 걸 때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나 부탁을 포함하는 경우는 드물다. 거절받는 두려움도 없다. 이것으로써 가벼운 마음이 든다면 먼저 말 거는 건 어렵지 않다. 상대가 오늘 처음 본 사람이지만 앞으로 자주 봐야 하는 회사 동료이든, 같은 관심사로 만난 소모임의 사람이든 누구든지 말이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고마웠다. 그래서 나 역시 먼저 말을 걸어주고 싶었다. 자주 하다 보니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방법도 세 가지쯤 생겼다. 첫 단추를 잘 꿰야하기에 나에게서 시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상대에게 어떤 저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사람의 육감은 특히나 위기에서 꽤나 정확하다고 믿는 나는 어설픈 의도는 나쁘다고 믿는다. 오로지 상대가 궁금하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선다. 그리고 나를 드러내는 게 먼저다. 상대의 이름이 궁금하다면 내 이름을 먼저 알리는 것이다. 내가 열린 만큼 상대도 그 언저리쯤 열린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그러했다.
두 번째는 존칭을 쓰는 것이다. 상대를 부를 때, 땡땡님 이름을 모른다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딱딱하지 않되 존중하는 태도는 상대도 따라 하게 한다. 마지막은 웃으면서 말하는 거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또랑또랑하게 잘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어도 밝은 톤이 아니어도 괜찮다. 편안한 옅은 미소 정도면 충분했다.
정리하면, 태도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 정도로 표현은 존중과 웃음. 호존웃. 그렇게 말을 걸 때 상대가 처음 본 사이든 십 년을 알았든, 지금까지 어떻게 불리었든 심지어 어떤 언어를 쓰든 대화가 통했다. 매주 새로운 소셜 클럽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한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는 나의 경험에서 분명히 그랬다. 그리고 먼저 말 걸기를 자처하는 나는, 그 시간에서만큼은 인기도 많다. 말하는 사람이 곧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서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뭘 먹었는지, 지난번에 인상에 남은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또 묻는다. 그러면 어느새 다 같이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재택근무 날, 출퇴근의 피로도 없고 옷차림도 더없이 편한 날인데 이상하게 유쾌함이 빠져있을 때, 회사 출근해서 수십 장의 보고서가 프리 패스되어 성취감이 도는데 이내 뭔가 허전할 때, 그런 날은 대화 상대가 오로지 나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날, 오늘 하루 피곤했다며 시작한 친구와의 통화로 전신의 피로가 풀리는 때가 있었다. 관계의 중독이든 대화의 중독이든 사람과 대화로 하루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 거는 방법을 공유한다. 친절에 조금 더 적극적이어도 좋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