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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Oct 23. 2020

은하수

하나의 마음

그대가 언제부터 그곳에서

빛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떤 계기로 그대의 반짝임을

눈에 담은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영원을 우주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한줄기의 은하수가 되어버린 우리는.
이미 이토록 부서지듯 눈부신 우리는.


우리는 서로를 별이라고 칭한다. 내 가수가 팬에 대한 노래를 쓸 때에도, '별'을 소재로 할 때가 많으며, 반짝반짝하다고도 말해준다. 그리고 팬들 역시 가수를 보며 내 스타라고도 하니까 우리는 분명 별이 맞을 것이다.

혼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별도 정말 예쁘지만, 은하수처럼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 그리고 콘서트에 가게 되면 우리가 은하수가 된 것처럼, 하나의 물결이 된 것처럼, 정말로 많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콘서트를 정말 좋아한다.

내 가수는 어느덧 중견이 되었을 법한 연차를 쌓았다. 그러면서 정말 수십 차례의 콘서트를 했을 것이고, 나는 데뷔 때부터 덕질을 했던 사람이 아니기에 그들의 매년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덕질을 시작한 이후로는 매번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콘서트는 뭐니뭐니해도 응원법과 이벤트를 빼놓을 수 없다. 내 가수의 콘서트 외에도 즐겨 가는 밴드의 콘서트가 있긴 하지만,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곡마다 응원법을 외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특히 내 가수는 고인물 팬덤에다 타이틀곡을 다량 가지고 있기에 응원법이 정말 많다. 그래서 단합하여 응원법을 외치거나, 마이크를 건네 받아 노래를 이어부르는 일이 많이 생기는데 그러면 정말로 하나가 된 느낌을 받는다. 술자리 게임에서 고음 대결 게임을 제일 싫어하는 나지만, 콘서트장에만 가면 제일 가는 돌고래가 되기 위해 애쓴다.

나의 입덕 초기에, 여러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형 콘서트를 친구와 간 적이 있다. 그 때가 내 가수 C의 솔로곡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인데, C의 타이틀곡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였다. 그건 응원법을 외치는 것도 처음이었다는 이야기다. 그 때 우리 팬덤이 다같이 그의 이름이 담긴 응원법이 돔을 가득 메웠을 때의 전율은 아직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가 된다. 이 때의 함성은 너무나도 커서 근처 아파트에서 들렸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국의 관객들은 정말 특이해서, 공연을 보러가서 이벤트를 해주고, 거의 대신 공연해주다시피 1절 가까이를 부르기도 한다. 이벤트의 민족인 우리 팬덤 역시 매 콘서트마다 슬로건 이벤트를 하고, 얼굴도 안보이지만 단체사진을 찍는다. 가끔 감동적인 영상편지 이벤트나 응원봉라이트 이벤트도 하게 되는데, 훌쩍이다가도 주섬주섬 슬로건을 꺼내는 모습은 꽤나 귀엽다.


그러다 작년에는 솔로 콘서트를 갈 일이 많았었는데, 솔로 콘서트는 단체 콘서트와 다른 교감이 있었다. 물론 단체 콘서트와 비교할 수 없지만, 솔로 콘서트는 가수가 한 명이다 보니 무대와 객석이 더욱 하나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갔던 솔로 콘서트는 내 가수 B의 콘서트였다. 앵콜을 부르는 그가 눈을 꼭 감고 기도하듯 우리와의 순간을 마음에 담았다. 벅차서 글썽이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노래를 정말로 잘하는 사람이지만, 춤도 빼놓을 수 없는 가수여서 꼼꼼하고 완벽하게 꾸민 무대에 감탄하고 감동했다.

온전히 그의 노래에 집중하고, 노래를 통해 교감할 수 있었다. 조곤조곤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한 글자, 한 글자 골라온 단어들로 말하는 그의 아름다움이 눈부셨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가 주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두번째는 C의 콘서트. 개인적인 일로 정신이 없던 시기였는데, 많은 리프레쉬가 되는 시간이었다. 워낙 다이내믹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 연출이나, 춤, 노래에서 그가 쌓아온 내공들이 펼쳐져 보였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성실하고 꾸준하게 빛내 온 노력들이 단단하게 빛이 났다.

그의 빛이 계속해서 단단할 수 있길, 그의 꿈이 깨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그와 동시에 나 역시 그처럼 단단하고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그 빛나고 아름다운 꿈을 보고 있자면, 나도 빠져들어 멋진 꿈을 꾸고 싶어 졌다.


마지막으로 D의 콘서트에서는 한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떼창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가 건네주는 마이크에 우리가 노래를 하고, 그가 양팔을 벌려 온몸으로 지휘를 하면, 수많은 목소리가 그 위로 얹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은하수가 되었다. 감동을 받은 그는 다음번에는 오케스트라에 노래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무대에 걸터앉아 있던 그는 뒤로 누워 그 순간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는 그가 가진 것을 행운이라 불렀지만, 그가 가진 것은 분명 스스로의 힘으로 쌓아 올린 것들이었다.


연차가 많이 쌓여있는 가수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들이 쌓아온 모든 시간과 노력들이 화려하게 수놓는 콘서트의 순간은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들게 한다. 어쩌면 잠시 우주여행을 다녀왔다고 생각해도 될지 모른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우리라는 우주 안에서 흐르는 별 사이에 몸을 맡겨보는 것만큼 황홀한 일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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