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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주원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에피소드는 너무 낯부끄러웠고 어떤 에피소드는 아이들의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었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나는 정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인데 글로 옮기니 재미가 전혀 안 느껴졌다. 약간 과장도 해보고 MSG도 쳐보았다. 조금 나아지기도 했고 오히려 내용이 이상해지기도 했다. 내 글쓰기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가족을 쓰는 동안 즐거움이 더 많았다. 매주 글을 쓰면 아이들이 읽고 함께 웃어주었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나의 99프로를 알고 있으니까. 꾸며내지 말고 잘 보이려 애쓰지 말고 우리 가족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남편 흉보는 에피소드가 꾸준히 인기 있어 좋았다. 역시 나보다 남편이 더 정상적이지 않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남편 흉을 보며 아이들 흉을 보며 낄낄대는 순간이 즐거웠다. 그런 나의 글을 보며 아이들도 글쓰기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조금 더 이어가 보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 어쩌면 조금 사랑스러운 나의 이야기들을 모아가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을 거다. 어릴 때 만화책을 보며 드래곤볼을 다 모으면 무슨 소원을 빌까 하는 고민을 수 없이 했던 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 이제는 안다. 이야기들을, 드래곤볼을 모아가는 과정이 인생이고 행복임을.


정상가족 2 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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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