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간관계의 중력

by 해처럼

행성들이 둥근 이유는 중력 때문이라고 한다. 중력은 거리에 따라 일정하게 작용하는데, 별의 중심에서 공평하게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모든 별은 둥그런 모양이라는 것이다. 둥근 별들에 둘러싸여 둥근 별 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가끔 새삼스럽다. 이 둥근 지구 위를 함께 걷는 지구인들 서로가 맺고 있는 관계는 지구의 모양만큼 둥글지 않기 때문에.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눈에 비치는 별은 뾰족하기만 하다. 마치 타인들의 속내가 실은 그렇지 않았다 해도 그 뾰족함에 상처 받거나, 내 쪽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처럼. 실상 인간관계의 중력은 일정하게 작용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2021 해처럼





단체에 속해서 무언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직도 나는 어색하다. 발을 맞춰 걷는 것, 모두 똑같이 박수를 치는 것, 똑같은 교복이나 유니폼을 입는 것 등등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일을 다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언제나 쉽지 않았다. 등교 거부, 출근 거부 정도까지의 비사회성을 보인 건 아니었다 해도 내면적으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한 장소에 모인 수십수백 명과 함께 어떠한 행동을 할 때, 사람들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있는 내가 보인다. 마치 콘서트장을 비추는 카메라가 풀샷을 찍듯 내 의식의 렌즈는 군중 속에 어설프게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수치심과 불편함을 느꼈다. 그 불편함의 이유가 내가 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반대로 타인들과 너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건 둘 중 하나이거나 둘 다라는 점이다.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귄은 그녀의 에세이에서 이런 말을 했다.


"타자란 성별이 다를 수도 있고 연수입이 다를 수도 있고 말하고 옷을 입고 행동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또는 피부색이 다를 수도 있고 다리나 머리의 수가 다를 수도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세상에는 성적 외계인, 사회적 외계인, 문화적 외계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족적 외계인이 존재한다.”

(‘미국의 SF와 타자’ 중에서 - 어슐러 르 귄의 [밤의 언어]에 수록)



그의 말대로 ‘나’라는 원 밖에 수많은 타자적 외계인들이 있다. 그들의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것처럼 사고방식과 가치관, 취향을 포함해 대부분의 것들이 서로서로 다르다. 그들이 세계라는 공간을 나와 함께 공유하며 구성한다. 팔의 개수가 나보다 많거나 눈이 두 개 이상이거나 몸 크기가 자신보다 작거나 크다는 사실에 서로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 속에 있는 무언가가 나와 너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모순적이게도 바로 그 점이 나를 안심시키고 때로는 부끄럽게 만든다.



외계 세계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인간 세계 내에서의 세분화로도 타인들과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갑각류 인간, 연체동물형 인간, 맹금류 인간 등 사람들의 속성은 저마다 너무도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천적이 없고 누군가는 주변에 온통 천적 투성이다. 누군가는 딱딱한 외피를 피부 맨 바깥쪽에 두고 살지만, 누군가는 가장 부드러운 살을 맨 바깥에 두른 채 살아간다. 그런 그들은 필연적으로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상처가 난 연약한 피부가 아물면서 외피는 흉해지지만 더 단단해져 갑각류 인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아픈 만큼 성숙한다'라고도 하고 성장했다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하지 못한 이들은 낙오된다. 나는, 어느 쪽일까.



새로 산 스마트폰 화면에 보호필름을 붙이며 잠시 생각한다. 마음에도 이렇듯 보호 필름을 붙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누군가가 마음을 찌른다 하더라도 상처 받거나 너덜너덜 영혼이 털리는 일은 없을 텐데…...



우린 언제쯤 둥근 별에 사는 존재답게 둥글둥글 살아갈 수 있으려나.



©2021 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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