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쵸비가 우리집에 오고 다음날에 남편과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시작했다.
‘이 강아지는 우리가 생각했던 강아지가 절대 아니다,일반적인 강아지는 절대 아니야‘
라는 것을.
우선 절대 만질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을 무서워했고, 큰소리나 심지어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바람에 일어날 때도 조심히 일어나야 했다.
구조자 선생님이 추울까봐 입혀주신 저 옷.... 정말 벗겨주고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조차 없었기에, 그냥 두는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심했냐면, 손에 있는 간식도 먹지 않았고, 던져줘도 나와 거리가 가까우면 오지 않았다.
얼마나 학대를 당해서 사람을 이렇게 불신하는 걸까,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창문을 열어주면 쪼르르 구경 나가는게, 산책은 좋아할 거 같은데 대체 어떻게 데리고 나가야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유튜브에서는 이정도로 사람을 무서워하는 강아지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남편과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나마 우리에 대한 호기심이나,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천천히 다가가야겠다, 싶어 가만히 내버려두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평생 이러는게 아닐까? 유튜브에서 보던 10년 넘게 못만지는 반려견처럼 되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갑자기 불안해졌다.
물론 만지지 않아도 되면 그냥 내버려두겠지만, 산책도 해야하고, 옷도 벗겨 줘야하는데. 목욕도 해줘야하는데, 하는 마음뿐이었다.
주변에 유기견 입양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더 힘들었던거 같다. 결국 남편은 외국 유튜브와 사이트를 뒤지면서까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훈련사를 부를까도 했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제대로된 훈련사가 오지 않을 거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우리끼리 딱 한 달만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출장 훈련사를 부르자고 했다.
바라만 봐도 귀여워서 한참을 (몰래) 보곤 했다.
지금 봐도 너무너무 귀엽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옷을 벗기기로 했다. 쵸비가 계속해서 몸을 쇼파에 비비고 답답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쩔 줄 몰라 카카오톡 유기견 오픈채팅에 들어가 자문을 구하니, 다들 그냥 후딱 벗기고 간식으로 무마하는 게 낫다, 라고 해서 바로 시도하기로 했다.
시간을 들여 간식을 이용해 천천히 화장실로 유인했다.그러곤 문을 확실히 닫고 옷을 벗겼다.!
“헉!”
쵸비는 놀라 내 손을 물고, 나도 물려서 놀라서 결국 둘다 헉소리를 내게되었다.
벗기고 난 직후, 쵸비의 불만족스러운 표정,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피나는 나...
물론 3.5kg의 작은 강아지가 물어봤자 피는 조금 나는 수준이었지만 마음엔 피가 조금 더 났다. 그래도 좀 친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미안하다. 근데 좀 섭섭하네, 이런 느낌이었다.
인상 팍 쓰는 쵸비...
웃기고 귀엽고 미안하고, 내 손은 아프구.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때는 정말 예상 할 수도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반려견이 처음인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괜찮을까,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러고 그 다음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