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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04] 연말

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by BeWrite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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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나 그리고 10년 후의 나

이 글은 10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2014. 12. 31 ==

어찌보면 무의미한 하루의 연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의 고단함과 투명함에 늘어져 있거나 아둔해지기엔 내 나이가 아직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오늘 하루, 확실한 카운터 펀치가 필요한 나로서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주저 말고 그것을 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마음만큼은 그것을 향해 바라보지 않는 듯 내 몸엔 병이 들었다. 마음이 궁핍하니 육체마저도 이러는 것이 아닌가 싶고 대항마와 같은 기세로 인생을 펼쳐보고자 하는 나를 제자리에 맴돌게 하는 것 같아 내내 씁쓸한 감정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근데 어찌보면 이런 휴식이 나에게 있어 그나마 인생의 유희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이 보면 정말 볼품없고 이게 무슨 즐기는 거냐고 단정지을 수 있지만 그나마 지금의 내 상황을 다른 무엇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것이기에 어찌보면 여기서 내 자신은 노는 욕심이 많이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건 내가 느끼고 어떤 것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면서 그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지 않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되니까...




12월 30일인 오늘, 이 난쟁이가 방 한 칸에서 소리없이 외치고 있다. 몸과 마음은 비록 초췌해지고, 가진 것도 없고, 화려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항상 힘쓰고 노력한다고. 뒤처지지 않고 세상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휴식을 내버려 두고 시간의 통념을 벗어나 진짜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미친듯이 하루에 모든 것을 걸며 버텨나가고 있다고. 또한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꼼꼼하게 일에 대한 결과를 체크하고 정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며 생각은 늘 회오리 속에 요동치며 수많은 영감들을 끌어내고자 매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 절대로 누가 나에 대해 깔보든 얕보든 뭐라 취급하든 난 모든 것을 전부 상쇄시킬 수 있는 나의 목표와 꿈 그리고 비전을 가지고 그렇게 말한 것들의 마음에 강력한 비수를 꽂아서 그들에게 내 존재의 입지와 강력함을 말해줄 것이다. 글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그들을 꿇리고 말 것이다. 난 그렇게 해내고야 말 것이다. 돈이 아닌 꿈과 나의 순수한 열정 그리고 패기를 가지고 이 모든 것들을 이뤄낼 것이다. 부유해지면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주변에 내개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답례를 드리고 싶다.




죽을 만큼의 고난과 노력, 침착하고, 냉정하고, 명확한 삶의 인식과 재고를 거쳐 수많은 역경을 넘어서고 새로운 계단의 도약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걸어가는... 심지어 달려가는 나의 길을 응원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내 자신이 그나마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기에 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싶은 나의 성공을 위해서 언제 어디서든 발걸음을 내딛고 뛸 준비를 늘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나의 결과라는 열매로 계속해서 수확해 나갈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불행을 줬다면 난 그들에게 그들이 올라설 수 없는 위치로 올라오게 하라고 말할 것이고 그게 내가 될 날이 최대한 빨리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밤이든 낮이든 간에 쉴새없이 나아갈 것이다. 꿈과 희망을 지팡이로 삼아서 쉴새없이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하루를 맞이하며 묵묵히 일터로 걸어가는 나를 떠올리며...



== 2025. 03. 13 == 

10년 전의 나는 감정적인 이상주의자였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맥락에 맞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문장들을 작성한 게 보인다. 음... 그래도 나는 10년 전의 저 글을 통해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만족한다. 만약 저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내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저 당시 내가 글을 작성했던 공간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공간과 비교했을 때 훨씬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 방을 다 채울 수 없을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뭔가 내 스스로 만족을 못한 듯 하다. 왜 만족하지 못했을까?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의 나는 자유로움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뭔가 간섭을 받고 있거나 내 스스로 열등감을 느껴서 그런지 어떻게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악착같이 매달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니 문장 중간중간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목표를 이뤄낸다거나 누군가에게 증명하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닐까?




2014년의 연말은 나에게 있어 기분 좋은 연말은 아니었다. 12월에 전역을 해서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도 한 달은 넘길 줄 알았는데 한 달도 채 넘기지 못해 곧바로 무기력함이 찾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정처없이 글만 계속 썼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당시 나는 취업하고 싶지 않았다. 오잉? 취업을 안하면 어떻게 돈을 벌고 뭘로 먹고 살려고? 취업을 하면 내 자유가 사라져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공부만 하고 싶었다. 독서하고, 필사하고, 내가 좋아하는 글만 작성하면서 살고 싶었다. 20대의 나는 책과 글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공대생인 내가 인문학에 심취해 기술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때여서 개발자 취업은 관심도 없었다. 그런 내가 개발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있었지만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뭐하고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뭔가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밖을 나가고는 싶지만 정작 낯선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방의 공기를 마시는 것에만 몰입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신세 한탄만 주구장창 늘어놓은 나는 철부지 청년일 뿐이었다. 그렇게 2014년의 연말은 조용히 흘러갔다.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동시에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는 그나마 저때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물론 지금도 부족한 게 많지만 그렇다고 10년 전처럼 부족한 것에 집착하진 않는다.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꼭 뭔가를 잘하지 않아도,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정상에 오르면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굳이 정상까지 올라갈 이유가 있을까? 물론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정상이 되기 위해 모든 하루를 100%, 200% 노력을 다해서 살아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고 의식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데 마치 엄청난 고난이 다가와서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이는 자기 자신이 만든 함정일 수도 있다. 감정은 실체가 없지만 그 영향력은 그 무엇보다 막강하다. 환상을 만들기도 하고 관점을 왜곡하거나 뇌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 10년 전 나는 감정적인 이상주의자였지만 지금은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글쟁이 겸 개발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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