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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길을 찾아보자-06] 희망

과거를 탐독하여 현재를 살아가기

by BeWrite


10년 전의 나 그리고 10년 후의 나

이 글은 10년 전에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2015. 01. 08 ==

쉬는 기간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낙천적으로 만든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때의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다. 나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은 스스로의 욕구가 이제서야 터져나오는 것인가.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말을 깨닫는 것에 과정이 있듯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스스로가 느끼는 것에 대한 강도가 남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쉬는 기간 동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봤다. 그들이 나온 방송을 보고 나니 마음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나를 움직였고 특히나 침체되어 있는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진짜 한 경기를 위해서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게이머들을 보고 정말 이들이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버텼을 지에 대해 생각했다. 진짜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분야는 게임이라 해도 이건 정말 가히 놀랍고 초인적이라는 느낌까지 받았다.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플레이에서 여지없이 보였고 그런 그들이 참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하고 싶었고 어떠한 시련이 닥쳐와도 멈추지 않는 그들을 보며 절대 내 꿈을 버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정말 다른 마음 먹지 않고 한 가지에만 매달린다는 것의 시너지가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난 지금 날개를 가지고 있다. 그 날개는 현재 접혀져 있지만 세상으로의 도약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아가는 길 주변에 행복과 감동의 에너지를 발산해 줄 것이다. 누가 나를 비웃고, 깔보고, 비난하고, 평가하고 물 먹인다 할지라도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서 새로운 지표를 만들 것이고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펼쳐나갈 것이다. 영혼 같은 것은 절대로 팔지 않을 것이다.



== 2025. 03. 15 ==

10년 전, 새해가 들어서자 마자 심한 감기가 왔었다. 감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누워서 쉬는 것말고는 없었다. 중간중간 밥을 먹고 스마트 폰을 잠깐 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렸을 때 봤던 프로게이머들의 경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었다. 그 당시 나는 심적으로 지쳐있었다. 동기부여도 잘 생기지 않았고 뭔가 침체된 느낌이 계속 내 주변을 맴돌았다. 하지만 영상에서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과거의 열정이 조금씩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공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최소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서 매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평범한 사람이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게임 중독이랑은 다르다. 그야말로 게임이 업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프로로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젊은 날, 게임에 모든 것을 바친 그들이 나로서는 부럽게만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그들의 행보가 뻔히 힘든 것을 알면서도 왜 그들이 부러웠을까? 그때 나는 집에서 쉬고 있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뭔가 내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떻게 보면 나 역시 한국 교육의 산물인 비교에 선동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늘 부족하고, 늘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고, 쉬면 안 된다는 식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10년 전의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본다. 오늘은 주말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단순히 주말이어서가 아니다. 가끔 주말에도 공부를 하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편인데 오늘만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다. 날마다 열정이 채워지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때로는 열정이 줄어드는 순간도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10년 전의 나는 날개를 갖고 있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과연 그 날개를 펼쳤던 순간이 있었을까? 한 번이라도 펼쳤던 순간이 있었다면 나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별거 아닌 것들이 점점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데 작은 변화라도 있었다면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10년 전의 나는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펼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비교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나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서 저런 글을 작성했던 것일까? 보이지 않았던 목표, 시야가 좀처럼 넓혀지지 않는 고독한 길을 보며 미래를 위한 몸부림의 표현이 글로 펼쳐진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는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며 균형을 잃지 않고자 매순간 노력 중이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유행은 끊임없이 바뀐다. 체감하기도 힘든 변화의 속도를 뒤따라가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진짜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한때는 남들보다 똑똑해지는 게 최고라고 여길 때가 있었다. 한때는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안정적인 삶이라고 여길 때가 있었다. 그러나 둘 다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 마음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잘먹고 잘 사는 길... 10년 전의 나는 그게 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추상적인 문구들이 그저 희망을 살아있게 했을 뿐이었다. 희망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왜 희망을 바라는가? 희망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이 때로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행복과 감동의 에너지가 계속 머무르도록 해주기도 한다. 그렇다. 10년 전의 나는 희망의 세계를 펼쳐 나가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현실을 잘 모르고 살았지만 그렇기에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동심도 마찬가지 아닌가? 꿈을 꾸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마음이 맴돌고 있던 어린 아이.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된 지금, 그 꿈과 밝은 미래는 어디로 갔는지 찾기가 영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난 과거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며 휘갈겨 썼던 나의 글들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래, 인생은 순수하면서도 무모한 도전으로 인해 변화를 겪기도 한다. 그로 인해 나의 잠재력을 깨우거나 내가 알지 못한 능력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어릴 적 소년의 순수한 감성을 잃지 않고 그 당시에 가지고 있던 호기심으로 내 인생을 펼쳐나가고 싶다. 자연현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궁금해 하던 소년, 숫자를 바라보며 그것을 가지고 놀던 소년, 이룰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시도했지만 실패를 했던 소년... 난 그때 그 소년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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