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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아 Oct 19. 2023

새 공간, 새 직장

송구영신(送舊迎新)

일출을 구글링했더니 나온 이미지


앞서 공유했던 대로 직전 회사는 첫 해외 근무를 하는 데 있어 난도가 있었다. 타지임에도 심리상담을 진지하게 알아봤고, 파마시에서 산 Anti-stress tea를 매일 들이키며 업무를 했다. 좀 더 인내심을 가졌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이미 퇴사해 버려 어쩔 수 없다.


나는 다행히 게임과 영화의 메카, 몬트리올에 거주하고 있었고, 취업 시장이 어렵다지만 기회가 없진 않았다. 링크드인에서 Unity 리쿠르터에게서 콜드 메일이 온 것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이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새집으로 이사도 한 참이었다.



관점 변화와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


이전의 모든 팀 이동/이직은 “이것 아니면 안 돼!”의 마음가짐으로 임해 정신적인 소모가 꽤 컸다. 특히 부정적인 결과를 받을 땐 무척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회사를 경험한 후로 마인드 셋이 달라졌다. 회사가 긴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만큼, 내 쪽에서도 팀이 나와 맞는지 잘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전에는 그것이 어려웠다. 자신감이 없었거나, 누구나 매력적이라 생각할 만한 패는 보통 하나인 경우가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번 이직의 마인드 셋은 다음과 같다

내 스킬과 경력, 여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당장 좋은 결과가 없더라도 내가 가진 좋은 가치는 어디든 알아봐 줄 것이다.

어차피 합격하면 매니저와 매주 1:1을 해야 하고, 동료들과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분위기인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EA 스튜디오의 hiring manager였던) 일본 여성분의 커리어 궤적을 보아 언어는 두 번째 문제다. 영어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경력과 역량 어필을 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인지 알아보는 것에 집중하자.


내가 바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움직여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누군가 보상, 팀, 비전 중 2개 이상만 맞으면 좋은 환경이라고 했는데, 나는 팀과 비전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생각해 보건데, 이전에 꽤 만족했던 팀들은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잘 맞아서였던 것 같다.


팀 - Diversity and Inclusive Company culture

인터네셔널들의 불어에 대한 부담감이나 이로 인한 자연스러운 배제를 스튜디오 차원에서 이해하는가를 중심으로 보았다. 더해, 가능하면 나와 비슷하게 아시안이거나, 혹은 이를 이해할 만한 사람이 조력자로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거니와, 그들을 통해 북미 직장에 더 잘 적응하고 좋은 협업 전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비전 - User Centered Design process에 대한 팀의 인식, 회사 내 기회

UCD, 좀 더 정밀하게는 데이터드리븐 디자인에 대해 이미 프로세스가 구축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User research Lab 유무나 크기 등도 중요한 변수였다. 또한 넥슨과 같이 회사 내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있어, 비교적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었다.



이직 과정


확실히 한국에서 지원할 때보다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비교적 서류 통과가 잘 되었다. 실력과 경력도 중요하지만, 당연하게도 현지 경력이나 리로케이션 패키지, 비자 지원 등의 요인도 중요하다고 다시금 느꼈다.

특히 리로케이션 여부가 생각보다 큰 요인이라 느껴졌다. 당시 EA 전반적으로 UX 관련 개발 스트럭쳐가 잘 구성되어 있다고 들어 열려있던 모든 UX 포지션에 이력서를 썼었다. 그중 캐나다 리모트 스튜디오(몬트리올이 2번째로 사람이 많다고 했다)와 몬트리올 내 스튜디오 두 군데에서 긍정적인 답신이 왔다.


비자의 경우 리쿠르터와 인터뷰에서 필요하다고 꼭 언급했고 큰 회사들 대부분 문제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최종 선택에 있어서는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하게 고려하는 것 같다.



채용 시스템

경험한 프로세스는 구직자 입장에서는 다소 길고 번거롭지만, 구인하는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부분이 많았다. 이 사람의 지식뿐만 아니라, 사전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 스타일을 맞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Ubisoft MTL은 Screening → Team interview → Test(생략) → Culture fit interview 과정으로 진행했다.

EA는 screening → Hiring manager interview → Panel interview(with other departments)로 진행됐다.


당연하게도, 스크리닝 이후 인터뷰들은 모두 포트폴리오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할 때 해야 한다. 사족으로, 밴쿠버에 아는 EA 재직자 분 말로는, EA의 패널 인터뷰는 맘에 드는 지원자와 진행한다고 하니 현재 프로세스 진행 중인 사람일 경우 참고하면 좋겠다.

EA의 경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리자뿐만 아니라 입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거나, 주니어, 시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뷰에 무작위로 참여하는 점이었다. 빅테크들이 보통 갖고 있는 360도 동료 리뷰 시스템과 비슷한 목적으로 보인다.


인터뷰들은 전반적으로 상호 간 앞으로 업무를 같이 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서로 재보는 인상이었다. 대화하는 것 자체만으로 재미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회사에 다니며 일주일에 3~4개씩 되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진이 빠지긴 했다.



연봉 및 베네핏 비교

모든 것은 협상하기 나름이지만 결국 연봉은 해당 회사나 지역의 셀러리 레인지를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언뜻 들은 것이니 정확하지 않겠지만, 셀러리 레인지의 경우 EA → Call of duty 스튜디오들 → Ubisoft 순이다. Dead by Daylight의 Behavior, Bioshock의 Cloud chamber도 꽤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이드 레이몬드의 Haven studio도 Sony interactive의 자회사이므로 경쟁력 있는 연봉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의외로 유비 몬트리올은 명성 대비 연봉 테이블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몬트리올의 경우 헤드쿼터이며 회사 내 프로젝트도 많고 시스템에 배울 점도 많으므로 개인의 가치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Unity, EA 등의 회사가 Layoff를 강행한 것 대비 유비소프트는 하지 않는 편이고 낮은 테이블은 그래서인가 싶지만… 그래서 공무원처럼 다니는 분도 많다는 썰도 들었다.


재택 여부도 배네핏의 영역으로 보인다. 직전 회사는 화, 수, 목에는 꼭 출근해야 했는데, EA Motive(몬트리올 스튜디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스크리닝 단계에서 리쿠르터가 회사를 살짝 어필하는데, 이것에 관해서는 조심스럽게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EA Full circle(풀재택 스튜디오)은 일주일에 3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받았다고 한다. 관련해 Behavior는 좀 더 유동적인 재택 요건을 가지고 있어, 재직자인 지인이 이 부분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난다. 재택 일수를 입사 조건으로 협상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 외 베네핏으로서 회사 보험과 휴가 일수, RRSP 등을 고려한다. 휴가 일수의 경우 협상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내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아 명확하게 비교하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최종적으로는 Ubisoft Montreal을 선택했다. 보상은 직전 회사에 비해 적어졌지만 생각하던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어서 후회는 없다. 일단 Y 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점이 큰 매리트였다. 게다가 팀이 나를 정말 원한다는 인상을 받아 기뻤다. 하이라키 상 매니저가 될 프로듀서가 인터뷰 전에 내 포트폴리오 아티클을 전부 읽어주었고, 팀이 과제를 패스했으며 빠르게 오퍼를 줬기 때문이다.


EA는 결과적으로 두 스튜디오 모두 다른 지원자가 moving forward 되었다. 마음에 드는 지원자만 패널 인터뷰를 본다고 하니, 아마 차차 순위 정도이지 싶다. 유비소프트의 오퍼를 쥔 채로 빨리 답변을 달라고 한것도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다만 인터뷰들이 모두 재미있었기 때문에 모든 EA 인터뷰어들에게 링크드인으로 친구 추가를 보냈다. 생각보다 다들 잘 수락해 주었고 몇몇은 긍정적인 회신도 보내줬기에 나를 꽤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역시 비자 문제가 크지 않았나 정신 승리해 본다.


아무래도 같이 일했던 동료의 추천처럼 강력한 요인이 아니라면, 비슷한 평가를 받은 지원자 중에선 무조건 후순위가 되지 싶다. 이로 따라 가능하다면 영주권을 받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로써 공유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약간은 두서없고 긴 이 시리즈를 여기까지 읽어주어 무척이나 감사하다.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릴지 모르지만 긍정적이다. 앞으로 게임 UX 관련으로 나라 문화 상관없이 교류하며, 유저 중심적인 게임이나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게임 업계, 특히 업계 여성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이 시리즈와 관련해 공유하거나 정정해 주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이런 교류는 사고와 인간관계를 확장해 주며, 내게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지도 모르니까.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 작성된 글입니다.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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