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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Apr 18. 2024

그날까지 전쟁은 어디에나 있는 거야

<War> - 밥 말리, <Nothing compares 2 U>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 하면 1985 LIVE AID에서 '에~~~ 오~' 하는 장면을 떠올리듯, 마이클 잭슨 하면

모타운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문워크를 처음 선보이는 장면을 떠올리듯, 아티스트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상징적 장면이 없다면 그는 스타가 아니다. 적어도 내 기준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이드 오코너는 스타가 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자마자 떠오른 장면이 있었으니까. 아마도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그때 그 사건'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92년, 밥딜런 트리뷰트 콘서트. 시네이드 오코너가 무대에 오르자 장내의 거의 모든 사람이 야유를 퍼붓는다. 특유의 삭발 헤어스타일로 여전사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무대에 오른 그녀였지만,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관객응시한다. 연주 세션들이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눈치껏 연주를 시작했지만 그녀는 연주 세션들에게 음악을 멈추라고 손짓한다. 그래도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소개해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위로한다. 보다 못한 피아노 연주자가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그녀는 다시 음악을 멈춘다. 여전히 콘서트장 안에서관객의 야유 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대체 시네이드 오코너와 관객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2주 전, 새 앨범 홍보를 위해 출연했던 미국의 유명 TV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새 앨범 수록곡 대신 밥 말리의 <War> 부른 그녀는 노래 후반부에 갑자기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사진을 찢더니 "Fight the real enemy(진짜 적과 싸우자)"라고 외친다. 성직자 아동 성추행 사건에 침묵하던 교단을 생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지속적 학대를 당한 끝에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이곳은 2013년에 아일랜드 정부에서 공식 사과를 했을 정도로 인권 유린이 심각한 곳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아일랜드 가톨릭 교단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시네이드 오코너의 SNL 출연 장면

방송 직후, 방송국에는 수천통의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소속사로는 살해 협박 편지가 이어졌고 음반은 공개적으로 파쇄되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티스트는 이런 일을 겪으면 공개적 활동을 자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정된 일정을 이어갔다. 그렇게 사건 2주 후 올랐던 무대가 밥딜런 트리뷰트 콘서트였던 것이다.


다시 밥 딜런 트리뷰트 콘서트장으로 돌아가보자. 노래를 부른다 해도 들릴까 싶을 만큼의 야유와  선 비난, 분노에 가득 찬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히고 있었다. 모든 비난을 받아내기에 그녀의 몸은 너무 갸냘퍼보였다. 과연 저 상황에서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나 있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세기의 명장면.


그녀는 세션들에게 연주를 멈추라고 손짓한다. 뭔가 작심한 듯한 표정이다. 그녀가 부르기로 한 노래는 밥 딜런의 <I believe in you>였지만, 그녀는 밥딜런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밥 말리의 <War>를 다시 부른다. 2주 전 모든 사건의 발점 된 그 노래를, 무반주로.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그러나 그녀도 사람이었다. 노래를 마친 시네이드 오코너는 앞서 관객들에게 자신을 소개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나는 장면을 보고 음악이 모르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마비시키고, 야유를 한 순간에 침묵으로 바꾸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눈물을 삼킬 수 있게 만드는 모르핀 같은 힘이, 음악 안에는 있었다.


군중의 일원으로 누군가에게 돌을 던질 때 큰 용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홀로 서서 누군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때로 상상을 초월하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유튜브 채널 '루노라쿠스'의 시네이드 오코너 추모 영상 중


군중 심리 위에 올라탄 분노와 비난, 멸시와 조롱이 가득했던 그날, 유일한 승리자는 그녀였다. 그날 그녀가 불렀던 노래 <War>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그녀는 가사 중 ‘인종차별’은 ‘성적학대’로, ‘우리 아프리카인’이라는 가사는 ‘어린이들’로 바꿔 불렀다.)


(가사)

Until the philosophy which hold one race

Superior and another inferior

is finally and permanently discredited and abandoned

Everywhere is war, me say war.

어떤 인종은 우월하고 어떤 인종을 열등하다는 철학이 완전히 폐기되고

영원히 소멸될 때까지 전쟁은 어디에나 있는 거야.


That unti there are no longer first class

and second class citizens af any nation

Until the color of a man's skin is of no more significance

than the color of his eyes

Me say war.

모든 나라에서 계급이 사라질 때까지,

인간의 피부색이 눈동자의 색보다 중요하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전쟁이라고 말할 거야.


That until the basic human rights are equally guaranteed to all,

without regard to race

A dis a war.

인종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기본적인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될 때까지

전쟁이라고 말할 수밖에

(이하 생략)



그녀는 노래의 힘을 빌려 울부짖은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야유를 퍼붓고 있는 당신들이야말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곳은 전쟁의 현장이라고, 이 전쟁터에서 내가 가진 건 마이크뿐이니 나는 이 마이크를 손에 쥐고 내 방식대로 싸우겠다고.

참 그녀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이런 결단력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답은 그녀의 성장 환경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갈망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 구원을 갈망하며 찾아간 종교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아 대중적 사랑을 받을 때에도 특유의 반골 기질과 반항적 태도 때문에 늘 사회와 불화했다. 일생 말년에는 셋째 아들이 자살하는 비극도 겪었다.


이쯤 되면 사회와 담을 쌓을 만도 한데 그녀는 그럴수록 사회의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해 더 크게 목소리를 냈다. 세상을 위해 헌신하고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안식의 자리가 하늘 나라에 마련되어 있다면, 그중 한 자리는 반드시 시네이드 오코너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가수는 노래 가사를 따라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당신의 대표곡 제목(Nothing compares 2 U)처럼 나는 누구와도 당신을 비교할 수 없다.




* 덧붙임

: <Nothing compares 2 U>를 처음 들었을 땐 연인에 대한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다. (실제 이 노래의 원곡인 프린스 버전은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시네이드 오코너는 이 노래를 부를 때 어머니를 떠올리며 부른다고 했다. 그녀의 눈물에서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애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사연을 알고 들으니 다음 가사가 전혀 다르게 들린다.


(가사)
All the flowers that U planted

Mama, in the back yard, all died when U went away
엄마, 뒤뜰에 당신이 심어놓았던 꽃들...

당신이 떠난 후 모두 죽어버렸어요


I know that living with U baby was sometimes hard

But I'm willing to give it another try
당신과 함께 했던 삶이 때론 힘들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한 번 더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요


Nothing compares to you

당신과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 <Nothing compares 2 U> 중



시네이드 오코너(196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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