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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피 지망생 Oct 23. 2019

행복의 전략 1 - 행복을 쉽게 줍는 방법

나를 바꾸거나, 세상을 바꾸거나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행복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과 행복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것은 다르다. 보물찾기를 유난히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행복을 쉽게 줍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내 경우, 행복을 느끼는 전략은 두 가지다.

세상을 바꾸거나, 나를 바꾸거나.


행복을 위한 첫 번째 전략 - 구조를 바꾸자


사람들은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은데(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은 OECD 2위다), 우리 주위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 찾기가 해수욕장에서 모래알 찾기만큼 쉬운 이유는 뭘까?

개인이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개인의 역량이 사회 구조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 안에서는 행복해지기보다 불행해지기가 훨씬 쉽다.


한때 뉴스판을 뜨겁게 달궜던, 너도 알고 나도 알았지만 언론만 몰랐던(모른 척 했던) 채용 비리는 나의 ‘개인역량 사회 구조 극복 불가론’의 수많은 예 중 하나일 뿐이다. (기자님들아, 당신들 이런거 파헤치라고 존재하는 거예요ㅠ)부모님께 취직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 공부했는데, 또 떨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채용될 사람들이 정해져 있었다면? 누군가의 전화 한 통화로 합격과 불합격이 뒤 바뀐 것이었다면? 그 허망함과 잃어버린 시간을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일례로, 몇년 전 불거진 강원 랜드 채용 비리 사건의 피해자 한 명은 몇 차례 낙방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채용비리 사건의 피해자인 줄도 몰랐다. 제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사회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청춘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해줄 게 아니라 '그건 니 잘못이 아니다'라고, 사실 나한테도 책임이 있다, 그러니 함께 바꿔보자고 말해야 한다.




사회 구조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지만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는 지옥과 같은 곳이다. 약자는 힘이 없고 그래서 또 약자로 남는다. 세상은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이제 답이 나온 것 같다.


사회 참여와 연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위치까지 올라가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딱 자기 몫만큼, 내게 주어진 몫만큼만 해도 그 힘이 모이면 세상은 바뀐다. 개인의 힘이 미약하기에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고독(solitude)과 연대(solidarity)의 단어 배열이 비슷한 것은 단지 우연일까? 인간은 홀로 떨어져 있으면 고독하고 힘이 없다. 그래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사회 참여와 연대의 필요성을 말할 때마다 ‘저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저 하나 나선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했던 발언으로 대답을 대신하려 한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됩니다. 많은 사람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집니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됩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습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을 하나 더 보탠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일, 즉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화의 정도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아 절로 힘 빠지는 일이다. 내가 사는 동안 세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어쩌면,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행복의 첫 번째 전략으로 제시한 이유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같이의 가치’가 행복을 선물해주기 해주기 때문이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함께 뜻을 펼치다 보면 타인의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나 혼자 했을 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던 일들이 연대를 통해 이뤄짐을 보며 나 자신이 퍼즐 작품을 맞추기 위한 마지막 한 조각이 된 듯, 나의 쓸모를 느끼게 된다. 가끔은 내가 바라던 일들이 이뤄지는 성공의 기쁨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

결국 내가 속한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을 위한 두 번째 전략 - 작지만 확실한 행복


내가 제시한 첫 번째 전략을 보고 속 편한 소리 한다고 이 창을 닫지 않길 바란다.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전략이 내가 속한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노력이라면, 두 번째 전략은 나를 바꿔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때문에 훨씬 쉽고, 현실적이며, 반응도 즉각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제목이기도 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문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일컫는 말이다.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느낌이 좋다던 하루키처럼, 나 또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를 오롯이 느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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