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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Sep 27. 2021

나는 올가닉 코튼

색동 옷 입고 사람처럼 앉아있는 슈렉이 어린이


해외여행을 가면 나는 오로지 내 것만 사 왔었다. 내 옷, 내 화장품, 내 액세서리 등등. 그런데 아기 엄마들은 그렇게 가방이 터져나가도록 애들 옷만 쇼핑을 했다. 엘사 원피스나 스파이더맨 티셔츠 같은 것들 말이다. 슈렉이와 함께 하고나서부터는 내가 그렇게 되었다.


영국에 큰 리버풀 FC 매장이 있었다.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나, 이게 웬걸,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강아지 유니폼이 딱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슈렉이용으로 리버풀 FC 옷을 사 왔다.


리버풀에서 사온 옷 입은 슈렉이


힙스터의 성지라 불리는 포틀랜드에서는 올가닉 전문 애견샵을 발견했다.

 

“뭘 개한테까지 올가닉 코튼을 입히고 난리들이야”


그때는 유기농 면티를 사는 포틀랜드 사람들이 유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 년 후 나는 한국에서 강아지용 유기농 옷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정작 나는 가볍고도 저렴한 합성섬유 옷을 주로 입는다는……) 하지만 나에게는 정당한 핑계가 있다. 슈렉이가 어려서부터 피부가 안 좋아서 등에 각질 잘 생겼기 때문에 유기농을 입혀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러고 보니 유기농을 입어서 그런가 요새는 비듬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유기농 다 소용없어. 그거 다 너 만족이야. 애들이 뭘 알아?”


라고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에게 매정하게 말했던 내가 이렇게 되었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리고 아기나 개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만족이면 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미국 여행갔을 때 호텔방에서 꺼내놓고 뿌듯해하고 있는 슈렉이 새옷들/요즘 입는 실내복들. 반 정도 유기농 면티로 바꿨음.


초보 강아지 엄마일 때는 옷 사이즈도 잘 몰라서 인터넷에서 옷을 살 때,


‘슈렉이는 소형견이니까.’


라며 S 사이즈를 주문했다가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고, (8kg 슈렉이는 XL를 입습니다.) 분명히 지난주에 맞았던 옷이 쑥쑥 자라는 슈렉이에게 크롭티가 되는 경험도 했다. 촌스러운 옷을 사서 깔깔대기도 했고 말이다.  


어렸을때는 쑥쑥 자라는 통에 티셔츠를 사면 쫄티, 크롭티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슈렉이 할머니는 슈렉이가 침대를 너무 오래 썼다며 새로 사야겠다고 하셨다. (이미 슈렉이 침대 5개 인데요……) 그것이 엄마의 만족이건, 슈렉이 너의 복이건 조금만 기다려라 새 침대!



이것은 슈렉이의 세번째 침대. 기다려 새 침대~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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