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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Oct 25. 2021

겨울옷 샀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슈렉이 긴팔 입었어요.


나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 체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과보호에 옷을 매우 많이 껴입고 자랐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얇은 면 내복 위에 할아버지가 호주에서 사 오신 램스울 내복을 입고 그 위에 목폴라 셔츠, 울 스웨터, 마지막으로 코트를 입었다. 얇은 면양말 위에 울 양말을 덧신었고, 목도리, 장갑은 필수였다. 도대체 얼마나 추운 곳에서 자랐길래? 강원도에서 자랐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서울 한복판에 중앙난방이 아주 빵빵하게 나오는 아파트에서 자랐다. 학교에 걸어가는 길이 춥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옷을 몇 겹이나 껴입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 나는 겨울을 싫어했다.


우리 엄마의 사랑과 과보호는 강아지 슈렉이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겨울에 산책 한 번 나가려 하면 슈렉이는 사지를 다 끼우는 면티에 후리스, 패딩을 입어야 한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에는 앞발만 끼우고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는 패딩이 추울 것이라며, 엄마의 오더로 사지를 다 끼우는 몽클XX 스타일의 패딩을 사서 나와 커플룩으로 입고 다녔다. 전신을 덮는 올인원 스타일은 보기에는 귀여운데 입히는데 정말 힘들다.


엄마와 커플룩 입은 슈렉이


엄마: “근데 저 차가운 눈을 맨발로 디디면 동상 걸리는 거 아니니?”

나: “괜찮아~ 개들은 다 그래.”

엄마: “아니야, 지난번에 슈렉이가 발이 시린지 한 발을 들고 안 걸었었어.”

니: “음, 그것보다 눈 위에 뿌린 염화칼슘이 발에 묻으면 피부에 안 좋을 것 같긴 하다. 신발을 찾아볼까?”


처음에는 염화칼슘 방지용으로 딱 일 것 같아 보이는 라텍스 재질로 만들어진 풍선 같은 발싸개를 샀다. 그런데 고무풍선 모양을 발에 끼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벨크로로 발목을 고정시킬 수 있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처리까지 된 멋지고 비싼 신발을 샀다. 벨크로로 발목을 고정시킨다고 잘 조였는데 가느다란 강아지 다리에는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걸어야 할 강아지 발에 뭔가를 주렁주렁 메달아 놓으니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모두 벗겨버리고, 그 이후로는 신발을 신기지 않았다.


빨간색이 라텍스 소재의 발싸개, 파란색은 벨크로로 되어있는 겨울용 신발. 그런데 파란신발 한짝 제대로 못 신겨서 뒤짚어졌음 ㅠㅠ


친구가 말하기를, 강아지들은 발에 체온을 조절할  있는 땀샘이 있기 때문에 발을 가리면  된다고 했다. 땀을 내서 체온을 조절해야 하는 부분을 막아버리려고 했으니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고 말이다.  이후에는 발이 더러워질까  신발을 신기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며, 신발 신은 강아지를 보면 견주에게 땀샘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초보 개엄마여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이제야 슈렉이에게 맞는 겨울옷을 잘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겨울도 따뜻하게 지내보자, 슈렉아~


슈렉이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패딩조끼!



p.s. 아래는 보너스! 슈렉이 사촌(이지만 결코 같이 놀지 않고 보기만 하면 서로 엄청 짖어대는) 밤톨이의 겨울 패션.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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