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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Jul 26. 2021

비오는 날마다 동네 스타

요즘 입는 판초형 우비



“어머~ 저거 봐라. 개가 우비도 입고 우산도 썼네!”

“사람은 비 쫄딱 맞고 개한테 끌려가고 있네. 아이고 웃겨라.”


비오는 날이면 슈렉이는 두 개의 우비를 입는다. 모자가 달린 노란우비는 약간 짧아서 엉덩이가 완전히 덮이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 (잘못사서) 길이가 길고 모자가 달리지 않은 빨간 비옷을 겹쳐 입는다. 그리고 강아지 전용 우산을 쓴다.


이것이 바로 엉덩이까지 확실히 커버하는 레인코트의 레이어드 패션.


강아지 전용 우산은 사람이 위에서 손잡이를 들었을 때 강아지가 우산 안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반대로 펼쳐지도록 디자인 된 투명 비닐우산이다. 활발한 슈렉이는 비오는 날에도 달리기 때문에 우산을 쉬이 망가트려 이미 몇 개째 갈아치웠다.


아직도 강아지 전용 우산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오는 날이 되면 슈렉이는 주변 행인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된다. 주로 듣는 말은


“개팔자가 상팔자”


그도 그럴 것이 슈렉이는 우리 집안에서 왕이라 앞에서 걷고 나는 뒤에서 줄을 잡고 따라간다. 우리의 산책은 내가 아닌 슈렉이가 정한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다. 강아지 뒤에서 사람 우산 받치랴, 강아지 우산 받쳐드리랴 바빠서 비오는 날에 산책을 하고 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한 손에 사람우산, 개우산 겹쳐 들고 사진찍기 정말 힘들다


그래서 엄마는 본인을 희생하시기로 마음 먹었다. 사람 우산을 포기하신 것이다. 대신 질 좋은 우비를 입은채 비를 맞고, 강아지만 열심히 우산을 씌워주신다. 그러면 들려오는 소리들은 대략 이렇다.


“쯧쯧, 개가 상전이네.”

“개랑 사람이랑 바뀌었어.”


베이비 슈렉이가 입었던 슈퍼맨 비옷. 비를 쫄딱 맞아 얼굴이 말이 아니네요.


생애 최초로 입었던 우비는 네개의 팔다리를 모두 끼우는 슈퍼맨 비옷이었다. 보기에는 예뻤지만 슈렉이가 불편해했다. 입을 때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지만 옷이 타이트해서 자유로운 움직임에 제약에 있는지 잘 걸으려하지 않았다.


그 후에는 뒷다리를 끼우는 옷을 사지 않는다. 앞 두다리만 끼우는 옷을 입고, 우비도 그런 것으로 입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목만 끼우고 덮어쓰는 형태의 판초형 우비를 발견했다. 뭐니뭐니해도 슈렉이가 편한게 우선이다. 아,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여워!


엄마랑 형광노랑색 커플룩 입은 슈렉이



슈렉이는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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