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탄다. 체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과보호에 옷을 매우 많이 껴입고 자랐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얇은 면 내복 위에 할아버지가 호주에서 사 오신 램스울 내복을 입고 그 위에 목폴라 셔츠, 울 스웨터, 마지막으로 코트를 입었다. 얇은 면양말 위에 울 양말을 덧신었고, 목도리, 장갑은 필수였다. 도대체 얼마나 추운 곳에서 자랐길래? 강원도에서 자랐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서울 한복판에 중앙난방이 아주 빵빵하게 나오는 아파트에서 자랐다. 학교에 걸어가는 길이 춥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옷을 몇 겹이나 껴입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 나는 겨울을 싫어했다.
우리 엄마의 사랑과 과보호는 강아지 슈렉이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겨울에 산책 한 번 나가려 하면 슈렉이는 사지를 다 끼우는 면티에 후리스, 패딩을 입어야 한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에는 앞발만 끼우고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는 패딩이 추울 것이라며, 엄마의 오더로 사지를 다 끼우는 몽클XX 스타일의 패딩을 사서 나와 커플룩으로 입고 다녔다. 전신을 덮는 올인원 스타일은 보기에는 귀여운데 입히는데 정말 힘들다.
엄마: “근데 저 차가운 눈을 맨발로 디디면 동상 걸리는 거 아니니?”
나: “괜찮아~ 개들은 다 그래.”
엄마: “아니야, 지난번에 슈렉이가 발이 시린지 한 발을 들고 안 걸었었어.”
니: “음, 그것보다 눈 위에 뿌린 염화칼슘이 발에 묻으면 피부에 안 좋을 것 같긴 하다. 신발을 찾아볼까?”
처음에는 염화칼슘 방지용으로 딱 일 것 같아 보이는 라텍스 재질로 만들어진 풍선 같은 발싸개를 샀다. 그런데 고무풍선 모양을 발에 끼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벨크로로 발목을 고정시킬 수 있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처리까지 된 멋지고 비싼 신발을 샀다. 벨크로로 발목을 고정시킨다고 잘 조였는데 가느다란 강아지 다리에는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걸어야 할 강아지 발에 뭔가를 주렁주렁 메달아 놓으니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모두 벗겨버리고, 그 이후로는 신발을 신기지 않았다.
친구가 말하기를, 강아지들은 발에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땀샘이 있기 때문에 발을 가리면 안 된다고 했다. 땀을 내서 체온을 조절해야 하는 부분을 막아버리려고 했으니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고 말이다. 그 이후에는 발이 더러워질까 봐 신발을 신기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으며, 신발 신은 강아지를 보면 견주에게 땀샘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다.
초보 개엄마여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이제야 슈렉이에게 맞는 겨울옷을 잘 챙겨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겨울도 따뜻하게 지내보자, 슈렉아~
p.s. 아래는 보너스! 슈렉이 사촌(이지만 결코 같이 놀지 않고 보기만 하면 서로 엄청 짖어대는) 밤톨이의 겨울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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