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가치

by 홍환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사건은 많은 이야기들의 단골 도입부 아이디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있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조로운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갈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평범한 일상의 가치가 저평가 되는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일상은 저절로 반복되지 않는다. 일상을 반복 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회사원의 일상을 유지하려면 일단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한다. 허겁지겁 씻고 나가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회사에 도착하면 너무 지쳐서 혼이 빠져나가려 하지만 하루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골치 아픈 업무를 처리하고, 상사에게 쓴소리도 듣고,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를 위해 스몰 토크도 열심히 해야 퇴근 시간이 된다. 물론 운이 나쁘면 야근도 해야 한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또다시 붐비는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씻고 나면 이제 자야 한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싶지만 욕심을 내다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날 지각을 하게 된다. 운이 나빠 수면 부족이 감기 몸살 등의 건강 문제로 이어지면(특별한 사건) 순식간에 반복되던 일상이 깨지고 만다.


일상이 깨지면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먹고살기도 힘들고, 여러모로 곤란해진다. 우리는 모두 다 이런 험난한 고난을 감내하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일상을 반복 시켜서 자신을 먹여 살리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이렇게나 고생스러운 일이다.


보통 일상은 ‘평범한 일상’ 같은 표현으로 수식되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평범하다는 표현과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 또 있을까 싶다.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지겨워하는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일상의 반복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수단이고, 자신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충분히 위대한 일이다.

keyword
이전 18화그들에게는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