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름달 Oct 22. 2022

숨 참고, 그네 타기

Breaking point


내 직장 생활은 놀이터 그네 타기와 닮아있다. 처음에는 늘 그랬듯 비장한 각오로 그네 발판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두 발이 발판 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이번엔 무릎을 접어다가 폈기를 반복한다. 멈춰 있던 그네가 제법 힘을 받아 앞 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잘하나 보려고 내 그네 타기를 구경 나온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앉았다. “그래, 이번이 몇 번째래?” ”이번엔 좀 진득하게 있어라”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한 마디씩 거든다.

그런 주변을 의식하며 고정된 가로대 밑, 두 개의 끈을 꽉 잡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네를 타면서는 숨을 꼭 참는다. 숨을 쉬어야 그네를 오래 탈 수 있을 텐데 아직도 그네 타면서 숨 쉬는 법을 잘 모르겠다. 머금은 숨을 꼭 닫은 채 더 높이 뛰기 위해 무릎을 당겨 접었다가 발끝까지 힘을 줘 펴낸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계속된 긴장 탓에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리고, 두 손은 처음 잡았던 자리에서 미끄러졌다. 박자를 놓쳐 어느 타이밍에 다리를 접어야 할지 몰라 몸이 고장 났다. 한동안은 그네 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내 곧 비끄덕 대는 걸 눈치챌 것이다.


그네의 반동이 잦아들고, 딸린 숨이 막혀오면 나는 그네에서 내려와야 한다. 차라리 잘 됐다 싶다가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네에 올랐던 처음이 생각나 머뭇거린다. 멈춰버린 그네 발판에서 아쉬운 한발 한 발을 땅에 내리면, 구경꾼들은 혀를 끌끌 차며 하나 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내 그럴 줄 알았지”,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단념하고 내려온 내 그네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네에서 내려보니 이제야 내 그네가 어땠는지 제대로 보인다.

앞으로 나갔다 뒤로 밀려났다가를 반복하면서 성장한 것 같았지만, 이제 보니 두 끈이 기둥에 묶여 결국엔 제자리였다.


안고 탈 수 없어 기둥 옆에 던져두었던 내 시간과 자유를 시무룩한 마음으로 다시 집어 안아 든다. 바닥에 묻은 흙먼지 털어내며 이번에는 숨 고르기를 반복한다. 여러 번 그네 발판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얼마 못 가 스스로 내려오고 마는 그네 타기 같은 내 직장 생활.


이번 숨만 고르고 나면 완벽한 등장도 착지도 없는 그네 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전 11화 퇴사만 7번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