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식사 후 잠시 집 뒤쪽에 있는 공원을 어슬렁거렸다. 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매미 소리가 아니라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이틀 차이로 매미는 다 죽었는지 땅속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귀뚜라미와 바톤 터치를 했나 보다. 한결 시원해진 저녁 공기 속으로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가 반가웠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귀뚜라미 소리를 들어보니 '운다'는 표현이 어울리게도 구슬프게 들렸다. 이제 곧 서늘해지고 외로움을 타게 되는 가을이 올 거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근래에 남편과 나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 관절이 뻣뻣해서 균형 잡기가 힘들고, 몸의 움직임이 유연해지기까지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었다. 오십 대인 우리 몸이 이러한데, 우리 부모님들은 어떠시겠냐. 앉았다 일어나실 때 "에구에구" 소리가 저절로 나오실 거라고 하면서, 신체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게 노년의 삶의 질을 많이 좌우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나눴다. 또 신체의 건강함이 유지될 때 정신 건강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노환으로 인한 우울증도 새롭게 겪을 수 있겠다 싶었다.
80 대 후반이신 양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내색은 안 하고 계시지만,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육신으로 이렇게 약으로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어떨 때는 지긋지긋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표현은 안 하셔도 약간의 우울감은 네 분 다 갖고 계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미움도 세월과 함께 저 너머로 넘어가 버리고 안쓰러운 마음만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