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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02. 2024

친애하는 나의 인친에게 2

<소설> 결말은 자유

[은영 님 안녕하세요. 이벤트에 당첨되셨어요. 연락처 알려주시면 커피쿠폰 보내드릴게요.]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혹시... 디엠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연락처는 알려드리기 좀 그런데....]

[아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쿠폰 다운로드한 후에 디엠으로 보내드릴게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글을 계속 써보고 싶으시다면, 제 줌 강의할 때 들어오세요. 출간일에 맞춰서 글쓰기 관련 온라인 강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시간이 되신다면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회사 일이 바빠서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요.]

[바쁘시군요. ㅎㅎㅎ 네, 기회가 된다면요. 그럼 좋은 날 되세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온라인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냥 글을 써보고 싶다는 사람,

꼭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

글은 잘 쓰는 것 같은데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

꼭 글을 썼으면 하는 사람.


이중에 은영 님은 꼭 글을 썼으면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적극적으로 글쓰기의 길로 인도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안내를 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더 나가면 온라인 스토커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차단”기능이 있다. 상대방이 날 차단하면 그 사람에게 연락할 방법도, 게시물도 보지 못한다. 언제나 적당한 관심과 반응이 중요한 이유이다.



출간일정에 맞춰 글쓰기 모임을 계획했다. 캔바 사이트에 들어가 모임 내용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모집내용을 썼다. 이런 작은 부분에도 글쓰기 스킬이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성공, 돈, 성장, 치유"가 들어가야 한다. sns 작은 네모창 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사람들이 좋아할 말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관싱을 끌 수 있고, 클릭을 하게 만들고, 신청까지 하게 만든다.

고민하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문구로 정했다. 바로, "성공하는 글쓰기 전략 모임"


글만 써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글과 함께 나를 브랜딩해야 한다. 글과 브랜딩은 함께 걷는 이인삼각 게임과 같다.


피드를 열심히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의 피드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홍 주임 님의 피드가 보였다. 그때는 사회복지 재단에서 국내사업을 하며 만났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때도 영상 만들기를 좋아하더니 결국 박봉에 일이 많은 사회복지 분야를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 쪽 일을 시작했다. 가끔 올라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가끔 안부를 묻듯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주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어, 그런데 이번에 올라온 영상 속 인물이 아는 얼굴이다. 바로바로 내 인스타 친구인 은영 님이었다. 날씬한 몸매에 세련된 단발머리.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와 매력적인 외모.

비록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할 순 없었지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었다니. 역시 세상은 좁고 사람은 착해야 한다.


그 게시물에 바로 댓글을 달았다.

[어머, 은영 님이 여기 계시네요? 홍 주임님과 영상 작업 했나 봐요. ^^ 주임 님 잘 지내시죠?"]

내 댓글에 바로 대댓글이 달렸다.

[네.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그런데 은영 님이요? 누구 말씀하시는 걸까요?]

홍 주임 님이 의아하게 댓글을 달았다.

[저기 영상에 나오는 사람, 은영 님 아니신가요? 맞는 것 같은데.... 제 인친 님이세요. 요리하시는.]


잠시 후 홍 주임님으로부터 디엠이 왔다.

[저분은 강남에서 꽤 유명한 쿠킹 클래스 운영하시는 김희주 씨예요. 쿠킹 클래스도 하시고, 식품 브랜드 론칭도 하셨어요.]

[네?? 아닌데.... 은영 님 맞는데.... 이 분 계정이 두 개일까요? 저랑 같이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었어요.]

[음.... 글쓰기라고요.... 그런 캐릭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 그분 인스타 계정이에요. 한번 봐보실래요?"]

나는 홍 주임님이 알려준 계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내가 은영 님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사진은 같았지만, 글의 내용은 다른 게시물이 여러 개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하네요.... 제가 알고 있는 계정 알려드릴게요. 주임 님께서 한번 봐보세요.]

나는 바로 은영 님의 계정 주소를 알려주었다.


[쌤, 이 계정은 비공개 계정이에요.]

[네? 그래요???]


나는 그때서야 내가 알고 있던 은영 님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나는 누구와 대화를 한 것일까?..... 고민 끝에 은영 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은영 님, 안녕하세요. 좀 전에 제가 이상한 걸 봤어요. 은영 님 사진이 다른 사람 계정에 있더라구요. 은영 님은 누구세요?]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계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나는 이미 차단되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게시물을 볼 수도, 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는,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으로 다시 들어가 신고하기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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