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깨어있는 연꽃이 없어
꽃을 보러 왔네, 그대 정원으로
하얀 구절초에 하얀 나비 오가며
꽃무릇, 원추리꽃 활짝 피어난
황금빛 산사 색즉시공 백양사로
썩어 부스러진 세월이 새겨진
쌍계루의 나무 계단에 오르면
자귀나무 꽃은 하염없이 지고
누군가 앞산에서 불을 때나 봐
모락모락 끝없이 오르는 연기
굵은 허리에 치마를 두른 나무
시멘트로 썩은 속을 메꾼 나무
시퍼런 이끼를 뒤집어쓴 나무
텅 빈 속에 구멍까지 뚫린 나무
못 비킨다 데크길에 버텨 선 나무
장마철 물소리가 귀를 씻는데
매미, 쓰르라미, 황소개구리 소리
소란한 정적, 소리 없는 염불이여
뭇 중생이 저절로 손 모으게 되는
불성(佛性)이 넉넉한 거룩한 풍경
죽은 나무도 연초록 싹을 틔우고
꽂아둔 지팡이가 나무로 자라고
그대 발에 묻어온 흙먼지를 털면
먼지가 지붕 위에 풀숲을 이루는
여기는 대한민국 남도 명찰(名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