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선생님의 공개수업이 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유난히 정제된 말씨, 어색한 존댓말, 얌전한 말투로 대답하는 아이들의 수업태도까지도 공개수업은 아주 오래전 교생 선생님의 그것과 분위기가 여전히 닮아있었다.
같은 날 오후에 이뤄진 수업평가 회의의 발언들도 어느 날의 데자뷔인 듯 그다지 새롭거나 낯설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준비를 정말 많이 하셨네요. 시간을 잘 지키셨어요. 아이들과의 호흡이 좋은 걸 보면 관계 형성도 잘 하시나 봐요. 경력도 길지 않으신데 어쩌면 그리 떨지도 않고 침착하셔요?"라는 칭찬들도 그랬지만 "학습목표에서 벗어나는 부분들이 엿보였어요. 신규답게 좀 더 과감하고 활기찬 진행은 어땠을까요?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조금은 부족한 것 같네요."라는 지적사항들 또한 지난번 그리고 그 지난번에도 나왔던 그것의 재방송인 것처럼 대부분은 언젠가의 반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장, 교감선생님 모시고 진행하는 첫 공개수업에서 특별히 특출 나거나 특이하게 이상한 사람 아니면 최대한 교사다운 복장으로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최선의 상황을 연출하는데 그 결과의 칭찬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아무리 열심을 다하고 밤잠을 설치면서 준비를 다 해도 놓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 또한 반복되는 지적일 수밖에 없다.
50분간 교단에서 쉬지 않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목표에 벗어난 말도 때로는 할 수 있고 어제까지 학습 부진했던 학생을 오늘의 연구수업으로 완벽히 수업에 녹아내리게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교감선생님의 총평처럼 그 순간에는 후배 교사에 대한 평가를 선배교사가 하고 있지만 그건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의 시간을 나누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교사 경력 10년이 넘어가고 있는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 중의 하나는 후배 선생님들에 대한 지적 줄이기다.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방향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내가 생각할 때는 그게 아닌데 하는 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선배를 대하고 동료와 지내는 인성적인 부분까지도 가르치려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심호흡 한 번 하고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들의 잦은 실수는 내가 사는 모양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수업 때 그랬던 것처럼 노력해도 실수는 반복되고 나 또한 아직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경력이 늘면서 난 실수를 찾아내고 지적하는 기술이 늘었을 뿐인데 마치 마음껏 가르쳐도 되는 완벽한 선배가 된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매년 한 두 차례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참관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서기도 하고 수업을 공개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평가하는 사람에서 평가받는 자리로 때에 따라 자릴 바꿀 뿐 우리는 서로를 꾸짖고 가르칠 만큼 탁월한 완벽함을 갖추지 않았다.
오늘 아침 붐비는 지하철에서 등굣길 학생들은 나를 이리로 저리로 밀치면서 내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불쾌한 마음으로 요즘 애들은 너무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잠시간 했지만 얼마 후 같은 방식으로 필사적으로 내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복잡한 지하철 환경이고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지만 난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어린 친구들의 인성을 평가하는 꼴불견이 되어 있었다.
옛말에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라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내가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라고들 하지만 조금 더 산다고 엄청 대단한 걸 알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시간은 내게 경력이 되었고 그것은 나에게 근거 없는 오만함을 선물해 주었다.
다른 이의 실수가 보인다면 그건 나의 부족함을 돌아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후배 교사의 업무처리가 내 입을 근질거리게 만들었다.
조용히 내가 가진 자료들을 정리해서 참고하라고 종이로 건네주고 잔소리를 꾹 참았다.
나의 입이 열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들은 나를 '꼰대'라고 부를 것이다.
내겐 꼰대 주의보가 내려졌다.
자다가도 떡이 나오게 할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내 실수와 부족함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