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를 사랑해주오
현재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진달래라고 말할 수 있다. 얇은 나뭇가지 위에 한지로 만든 듯한 얇은 연분홍색 꽃들이 바람에 하늘하늘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단아하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꽃이다.
진달래와 철쭉
안타깝게도 요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철쭉이라 보면 된다. 진달래와 철쭉은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개화시기와 잎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진달래는 아직 찬바람이 부는 이른 봄 3-4월에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핀다. 꽃이 거의 시들어갈 때쯤 잎이 나오는 거라 꽃과 잎이 함께 피어있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반면 철쭉은 완연한 봄인 4-5월에 잎이 난 후 꽃이 핀다. 잎과 꽃이 함께 피어있는 것은 철쭉이다.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를 알게 된 후 처음 맞이한 봄에서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초등학교 때 하굣길에 진달래를 따서 꼭지에 있는 꿀을 빨아먹곤 했었다. 아주 조금씩만 나오는 달콤함을 열심히 맛보겠다고 진달래를 계속 물고 다니던 날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왜 눈앞에 보이는 화단에는 자주색 꽃이 초록 잎과 함께 펴 있는 걸까? 분명 잎과 꽃이 함께 있으면 철쭉이라 했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른 핸드폰을 켰다. 다음 앱의 검색창 옆 꽃 그림을 클릭했다. ‘꽃 검색’ 을 통해 화단의 꽃 이름을 확인했다.
[이 꽃은 ‘산철쭉’일 확률이 81% 입니다.]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해 ‘개꽃’,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불렸다고 한다. 세상에! 그렇다면 나는 철쭉을 먹었단 말인가? 왠지 어렸을 적 배탈이 자주 났던 것이 차가운 아이스크림 때문이 아니라 혹 철쭉 탓은 아니었는지 어이없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작년 가족들에게 진달래 꽃구경으로 유명한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을 가자고 제안하니 가족들이 놀라며 물었다. “네가 언제부터 진달래를 좋아했니?” 평소 운동은커녕 집 밖을 나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내가 진달래 하나 보겠다고 등산을 먼저 제안하니 놀랄 수밖에.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그냥 뭐 예쁘잖아.” 라는 동문서답으로 대답했다. 가족들도 그렇게 궁금하진 않았는지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어렸을 땐 자신을 마구 뽐내는 꽃들이 좋았다. 새빨간 꽃과 짙은 녹색 잎의 강렬한 대비를 가진 장미, 먼발치에서도 존재감을 또렷이 나타내는 향기를 가진 라일락 등등. 그러던 내가 진달래를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에 띄는 존재감도 없는, 자기를 봐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지도 않는 진달래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나이가 들어 취향이 변한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취향이었는데 내가 나를 잘 몰랐던 것이었을까?
수묵담채화를 그려놓은 듯한 꽃잎이 살랑거리는 게 귀엽다. 독성이 없는 것도 왠지 진달래스럽다. 소위 말해 사진빨도 어지간히 받지 않아서 실제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널리 자랑하지 못해 아쉽다가도 오히려 직접 두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달래는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니까 말이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점점 더 좋아할 것 같다.
달곰한 글
진달래를 좋아한 후로 내가 쓰는 글이 진달래를 닮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달디단 밤 양갱 같진 않더라도 달곰하여 감칠맛 도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독을 품는 말이 아니라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화려하게 뽐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진달래가 다정하게 다독거린다. 나는 진달래가 참 좋다.
2025.03 진달래
좋아하니까 사진 두 장 넣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