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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Oct 14. 2023

다능인도 준비가 필요해

지난 글 <드로우앤드류 님이 내게 건넨 조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 글의 BGM으로는 윤종신과 빈지노의 <The Color>를 권합니다. 

어제도 만족 그제도 만족 그럭저럭 만족
이게 내 최선? 
복잡한 날 줄여 with perfect color
Wanna be the simplest 

The Color 가사 中




나는 어떤 긍정일까



"음.. 멋지십니다.

그런데 약간의 정리가 필요해 보여요.

민경님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건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저는 단 하나라도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그런 사람을 찾고 있어요."


공모전 면접에서 탈락 후 이 날 내가 받은 피드백들을 수십 번 곱씹었다. 추가적으로 해주신 말씀이 있었는데 약 1600여 개의 지원서 중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긍정'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10년 넘게 '김긍정'이라는 예명으로 가사와 글을 써왔기 때문에 '긍정=나'라는 인식이 당연했는데, 남들의 눈엔 그렇지 않을 수 있었다. 꽤나 오랜만에 타인의 시선에서의 내 모습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수많은 '긍정' 속에서 나는 어떤 긍정인가? 

뚜렷한 나만의 One Thing이 없다는 피드백은 제대로 나의 정곡을 찔렀다. 나의 10대와 20대를 되돌아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한 2~3년 미친 듯이 해보고, 하다 보면 또 다른 것이 더 재밌어 보이고, 이것 했다 저것 했다 다시 이것 했다 를 반복했다. 오죽하면 내가 발매한 싱글 '스물셋'에는 이런 가사도 있다. 

누가 그러더라 음악은 종이접기
접어도 다시 펴. 오히려 그때가 적기 
예쁘게 접었다 펼친 노력들의 자국
누군가에게는 자극, 다른 사람에게는 잡음 





이때 현타가 온 이유는


내가 나만의 뚜렷한 One Thing을 아직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는 14년 가까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원 없이 도전해 왔는데도 "앞으로 내 갈 길은 정말 이거야!" 하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왜 그럴까? 이걸 처음으로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그 이유가 다 달랐다. 음악은 열정페이라 열심히 할수록 내 생계만 어려워져서, 방송은 매번 타인의 선택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의존성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등 사실 탓할 수 있는 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파온 사람들은 주위에 있었다. 원래는 그렇게 해야 그 길에서 기회의 샘을 얻어 살아남을 수 있었고, 나는 매번 여러 핑계를 벗 삼아 새로운 우물을 찾아다녔을 뿐이었다. 


그럼 반대로 처음 시도한 것이 바로 생계도 해결해 주고 충분한 기회를 보장해 준다면 나는 지금과 달랐을까? 사실 그것도 아니었다. 결과가 잘되든 안되든 나는 성장과 흥미 추구형이라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을 게 뻔했다. 타고난 기질과 자라온 성향이 그랬다. 



뭐야 그럼. 계속 이렇게 살아?

그때 깨달았다.

나는 '그냥 다능인'일 뿐, 

'준비된 다능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능인도 준비가 필요해


결과가 잘되든 안되든 성장과 흥미 추구형 인간인 나는 또 여러 우물을 파러 다닐 거고, 시간이 지나야만 비로소 수많은 우물들이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는 나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Connecting The Dots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준비된 다능인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다능인들에게는 국밥 같은 진리 불변의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을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다능인' 중에서도 일하는 성향을 4가지로 나누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1. 그룹 허그 접근법
: 몇 가지 직업 영역을 오가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면적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
2. 슬래시 접근법
: 정기적으로 오고 갈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파트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
3. 아인슈타인 접근법
: 풀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되, 부업으로 다른 열정을 추구할 만한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남기는 것.
4. 피닉스 접근법
: 단일 분야에서 몇 년간 일한 후,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


20대 초반에는 2년씩 음악 - 방송 - 전문 강사로 분야를 바꾸어 왔으니 4번 피닉스 접근법을, 

20대 중반에는 여러 곳에서 시간제 강사로 일하며 내 일을 이어가는 2번 슬래시 접근법을,

20대 후반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퇴근 후 내 일을 하는 3번 아인슈타인 접근법을 나는 이미 시도해 본 셈이었다.




나는 “구조와 규칙성 그리고 직장에서 발견되는 동료애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접근법이 나에게 가장 잘 맞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아인슈타인 접근법들에게 두 가지 팁을 준다. 


1번 “겹치는 분야에서 일하기”

2번 “열린 조직에서 일하기”


첫 번째 <1주 1글> 실험을 통해 내가 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임팩트를 스스로 확인했으니,

두 번째 <아인슈타인 접근법> 실험을 통해서는 '준비된 다능인'이 될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그런 환경이 마련되었을 때 서로의 시너지와 임팩트는 어떨 것인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재취업'과는 사뭇 달랐다.

'겹치는 분야'의 '열린 조직'이어야 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실험

<아인슈타인 접근법> 준비가 시작됐다.





가제: <퇴사하고 광명찾기> 


ep. 1: 퇴사가 고민될 때, 회사와의 관계를 연애에 대입해보자

ep. 2: 그렇게 시작된 갭먼스 또는 공백기

ep. 3: 출근 대신 출석하는 삶

ep. 4: 드로우앤드류가 내게 건넨 조언

ep. 5: 다능인도 준비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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