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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 Feb 07. 2024

혼전임신은 정말 괜찮은 걸까?

어느 인플루언서의 임밍아웃

어느 인플루언서의 임밍아웃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혼. 전. 임. 신.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4년 넘게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가 있었고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다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혼전 임신이 뭔가 큰 잘못이나 되는 듯 쉬쉬하던 시대였다. 2016년만 해도 연예인도  혼전 임신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고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어머, 남사스러워...’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이미 0.8% 이하로 추락한 출산율과 함께 ‘인구 절벽’, ‘고령화 시대’라는 말이 사회의 가장 큰 화제가 되었다. 동시에 ‘아이가 혼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임신 자체가 그야말로 축복이자 시대의 희망인 시대가 된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산하제한'이란 말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단기간에 큰 변화를 거쳤다. 정부는 식량난 해결을 위해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해 1970년대에는 자녀를 둘만 낳자는 정책을, 1980년대에는 한 아이만 낳자는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인지 내 친구들 중에는 외동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결혼한 친구들은 대체로 아이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주의고 딩크로 살겠다는 이들도 많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함께 내 마음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서른아홉.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이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나인데  이제 막 태어난 조카를 볼 때마다 돌변한 내 눈빛이 심상치 않다.



오동통한 팔 다리 하며 포근하게 안기는 따스한 감촉 하며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무언가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월급날마다 사재기하는 입지도 않을 옷이나 퇴근 후 넋 놓고 보는 고양이 영상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마음속의 허기가, 출처 모를 뻥 뚫긴 구멍 하나가, 지지부진한 썸이나 짧은 연애로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깊은 곳 어딘가의 결핍이 뒤늦게 아우성을 치지 시작한 것일까?



20대에 세계여행을 하던 탐험가 정신도, 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겠다며 큰소리치던 패기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주변에 결혼 안 한 친구들은 하나둘씩 진지하게 난자를 얼리겠다고 하고 유튜브에 ‘30대 결혼’을 치면 가슴을 후벼 파는 댓글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이런 거친 환경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서글퍼진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빠르게 변하는 세상만큼 수시로 바뀌는 나의 마음에도 잠시 멈춤을 주고 싶다. 아, 달라지는 세상만큼 기술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이번주에는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왜냐고? 난자라도 얼려두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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