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일단 무엇으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독립의 진정한 의미대로라면 내가 바로 서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단 내가 무엇에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꽤나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는 부모로부터의 독립, 연인으로부터의 독립, 사회적 동료들로부터의 독립, 돈으로부터의 독립 정도가 내가 추구해볼 수 있는 독립의 종류가 아닐까 싶다. 음, 사실상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그들로부터 무엇을 독립시킬지를 생각해본다. 개념적으로는 '나'를 독립시키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탐구심(?)을 일으키는 어려운 대상인데다가, 너무 많은 것들이 나를 구성하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독립시킨다고 하는 건 너무 포괄적이다. 이성과 감성 중에 이성을 우선 독립시켜야겠다. 판단하고 결심하는 것을 내 의지대로 하는 것이다. 감정까지 독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오랑캐로의 변모가 실패했듯이, 나의 기질은 어차피 나 아닌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특히 감정마저 독립시킨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과 감정으로부터 내 감정이 영향을 받지 않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나의 독립이 적당한 퀄리티(?)를 띠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은 내가 독립해야 하는 대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독립적인 것은 독단적인 것이나 독선적인 것과는 다르다. 나의 행동에 있어서 그간 해왔던 것처럼, '회사에서 요구하니까, 부모님이 원하니까, 남자친구가 기대하니까, 또는 저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니까'가 아니라, '저들의 의견은 그렇다 치고, '내가 세운 목표나 계획에 적당히 부합하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A)이라는 주장을 토대로 나에게 이러한 요구나 기대가 생기고 있을 때(B), 선택의 근거가 B가 아니라, A인 것이다. 또는 B인 것 역시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가치라고 판단할 만하기 때문에 C를 선택하는 것이다. 20년 넘게 그렇지 않은 채로 살아왔으니 쉬울 리 없는 목표고 계획이고 작업이다. 이러한 독립적 선택이 늘 옳지는 않겠지만 늘 최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위험은 나의 섣부르고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를 하고서 '그때 그들의 말을 들을 걸'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회는 결과를 알고서야 가질 수 있는 감정이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움이 있으며, 그렇게 배워야 결국 내 것이 되게 마련이다. 독립은 결과이기도 하고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원칙을 갖고 나의 색깔을 갖고 살아갈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의 과제, 독립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내가 나 자신에게 내준 성실한 과제 수행을 위해 세부적인 목표를 세웠다. 독립은 크게 공간의 독립, 시간의 독립, 정서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러려면 그러한 요소들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 되어 있는 엄마와의 관계, 회사로부터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두 빌런(?)과 결판을 지으러 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