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의미'를 마치며
글은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과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일단은 도서관으로 왔다. 도서관 가까운 곳에 수영장이 있어 남편이 수영강습을 받는 동안 나는 글을 썼다. 집과 도서관의 거리는 10분 정도, 도서관 글쓰기의 일동공신은 자동차다. 남편은 노후에 작고 예쁜 비틀을 타고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3년 전 구입한 중고 차로 남편의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여유롭게 아침을 식사를 마치면 작은 승용차 비틀을 타고 남편과 나는 집을 나선다.
아침마다 마치 여행 떠나듯 도서관으로 온다. 우리 차를 알아보고 이웃이 밭에서 일하다 손을 흔든다. 시골의 아침은 깨끗하고 신선하고 활기가 있다. 길에서 만나는 할머니께 인사하면 농담 삼아 한 소리 하신다.
"부부가 아침부터 어딜 가는 거야?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
매일매일 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나가는 우리를 보고 부부 사이가 무지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얻는 것 중의 하나가 사이좋은 부부의 이미지라니...
아이러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은 생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찾아보기 좋았다.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독서방법도 달라졌다. 책을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게 되었다. 도서관 글쓰기는 전보다 많이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1주에 한편 올리는 것을 스스로의 원칙으로 정하고 지난해 4월 브런치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나고 4월이 왔다. 정한 원칙을 일단은 지켰다. 누가 뭐라 하든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다.
1년은 해 냈구나 ~~~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너무나 고맙다. 한 편 한 편 올릴 때마다 많은 고민을 했다. 주제가 흥미롭지도 않고 문장은 어눌해서 술술 읽히지도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어주신 몇 분들에게 뭐라 고마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브런치의 시작은 이러했다.
가끔 브런치에 들어가 글을 읽었는데 어느 날 다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데뷔하세요."
"진솔한 에세이부터 업계 전문 지식까지, 당신의 이야기를 선보이세요"
마치 나에게 글을 써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진솔한 그리고 전문지식이라는 단어가 솔깃했다.
잠시 후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진솔하다는 것은 글이 솔직하다는 뜻인가? 내 마음을 어디까지 보여야 솔직한 거지? 진솔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진솔한 글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일 텐데... 과연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읽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평소 글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이 감동할만한 글을 쓰는 사람은 날 때부터 어느 정도 소질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문지식? 요즘 모든 지식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지식을 전문지식이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전문지식이라고 보기에는 한참 모자라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써도 되는지 쓸 때마다 자신에게 되물었다. 나의 관심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다소 생소하겠지만 나는 문화재조경전문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경계획 설계 회사에 근무했고 학위가 있고 경기도 문화재 위원 활동과 강의 경력이 있으니 객관적으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 부족한 것이 있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공대생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다. 회사에서는 계획하고 도면에 설계하고 물량을 뽑고 가격을 결정하는 일을 했다. 사람의 감정보다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우선시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교류가 서툰 성격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성과 튼튼한 문장력 등 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주제를 정하고 일단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글을 쓰다 주제와 멀어져 헤매기도 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끝을 내기도 했다. 고칠수록 꼬이는 문장, 띄어쓰기, 철자법까지 한편 한편 올릴 때마다 미흡함을 느꼈다.
브런치 활동 1년
처음, '나의 주거사'와 '맏며느리의 변명'을 연재했다. '나의 주거사'는 평소 생각했던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살았던 집과 연관해서 썼고 '맏며느리의 변명'은 그동안 살면서 느꼈던 맏며느리의 입장을 적어보았다. 집은 삶의 장소가 되어야 하는데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글을 썼다. 맏며느리의 변명은 맏며느리의 노동이 가성비 상 그렇게 손해 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글은 자신을 그대로 보이는 것과 같아 조심스러웠다.
춘천에 이사를 오면서 춘천 중도 유적지의 관리와 정책에 관해 뭔가 이야기하고 싶었다. 춘천 중도 유적지에 관해 사회적 무관심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해서 5개월 전 '선사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의미'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제 '선사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의미'를 마무리하려 한다. 글을 쓰면서 나도 배운 것이 많다. 이 주제를 좀 더 깊은 사고를 거친 후 다시 시도해 보고 싶다.
지난달부터 '춘천 중도 유적지'를 연재하고 있다. 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원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재를 시작했다. 문화재(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정체성 있는 도시개발에 지역의 문화재(국가유산)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으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글쓰기가 계속되길 바라는 이유다.
'춘천 중도 유적지'를 마치면 브런치 활동에 잠시 여유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