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었음을 깨닫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by 리딩집사

갑자기 술 이야기를 해서 그렇지만,
대학생 때 한참 달릴 때의 주량은 소주 7~8병 정도였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입학 후 여기저기서 열리는 환영회, 엠티, 모임에서
잔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레 늘어난 거였다.


늘어난 것도 있지만,
타고난 측면도 없지 않았다.


거의 매일, 아니면 2~3일에 한 번 꼴로 술을 마셨었다.

첫사랑과 헤어진 뒤엔 두 달간 술통에 빠져 살았고,
위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연애의 공백은 과 활동으로 채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생회장이 되었고,
그만큼 학교 안팎에서 알게 모르게 얼굴이 알려졌다.


그런 생활 속에서도 공부는 놓지 않았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장학금이 아니면 알바를 해야 했으니까.

결론은 간단했다.

알바보다 장학금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적정선을 지키며,
성적도, 장학금도, 그리고 술자리도 놓치지 않고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때 학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갔다면?
대학원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했다면?

그래도 아마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았을 거다.


대학원에 들어간 뒤엔 진짜 ‘연구실 생활’이 시작됐다.
늦은 밤까지 실험을 돌리고,
결과를 기다리며 소주 한 병을 비우는 건 기본.
다음 날도 그대로 반복.

졸업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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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나왔더니 ‘꼰대 문화’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과도기.
그럼에도 사내에는 여전히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장비 셋업, 공정 테스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2차, 3차.

점심만 일정했을 뿐, 나머지는 늘 불규칙했다.

피부는 나빠지고 체중은 늘었지만,
“그래도 난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텼다.

병원? 약? 그런 건 내 사전에 없었다.
그게 곧 건강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전업했고, 결혼했으며, 아이가 태어났다.
퇴근 후엔 공부, 아이 케어, 그리고 다시 업무.
체력은 급격히 방전됐다.


어느새 주량은 줄었고,

회식 후 조금만 무리해도 밤새 속을 게워내고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실적은 줄고, 스트레스는 쌓였다.


결정적으로, 출근길에 가슴이 쿵쾅거릴 때가 있었다.
답답하고, 아픈 느낌.

그제야 ‘뭔가 진짜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버텼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 한 켠에서 알았다.
아, 이제 퇴사할 때가 됐구나.


10년 넘게 내 회사인 것처럼 일했지만,
결국 모든 게 부질없음을 깨달았을 때,
퇴사 의지를 내비쳤다.


퇴사 후 첫 달,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출근길마다 괴롭히던 가슴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생각보다 훨씬 무리하며 살았다는 걸.

그 시기에도 사주와 타로 상담은 이어갔다.
맞벌이 부부, 연애 문제, 직장 고민, 재물 걱정…
대부분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다 한 고객이 이렇게 물었다.
“요즘 너무 피곤한데… 이게 나이 탓일까요?”
나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요, 나이보다 일상 때문에 피곤하신 탓 아닐까요?”

그날 이후 내 상담은 조금 달라졌다.

상담을 하기 전에 먼저 묻는다.
“요즘 어떠세요?”
“마음은 괜찮으세요?”
“식사는 잘 챙겨 드세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무기력해요.”
“돈도 좋지만, 건강을 잃을까 봐 두려워요.”


그 말에 나도 내 삶을 돌아봤다.

언젠가부터 ‘의욕’이 사라졌던 나.
아무것도 안 해도 아픈 몸.
약을 달고 살았던 시기.


하지만 퇴사 후 일정 기간이 지나자 병원 갈 일이 줄었다.
약도 끊었다.
그리고… 의욕이 돌아왔다.

그제야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버텨서 버는 일’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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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건강을 1순위로 두게 됐다.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일하고 있지만,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피곤하면 쉰다.

그게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이건, 내 마음속 메모
쉬는 건 게으름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
우린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변한 건 나였다


한때 나는 더 열심히, 더 오래, 더 빠르게 해야
좋은 성과를 내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 모든 무리를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변했다는 걸 느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마침내 ‘일’보다 ‘나’를 중심에 놓게 된 날들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하게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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