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프리랜서의 삶...
퇴사 직후,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해방감이었지만,
이내 찾아온 것은 막막함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도 한동안 일정이 비어 있는 현실,
조용한 핸드폰, 그리고 멈춰버린 월급.
처음엔 그 적막이 편안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고요함은 점점 낯선 무게로 다가왔다.
나는 자발적으로 퇴사한 사람이었다.
번아웃을 겪기는 했지만,
퇴사 의지만큼은 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어찌보면 오랫동안 고민했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기위해 준비했다.
이 모든 결정들이 무엇보다 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방식이 바뀐다는 건
익숙함을 포기하는 일이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당장 생활비는 매달 나가는데,
들어오는 건 간헐적인 특허 외주비와 가끔 들어오는 타로 상담비,
팔찌를 판매하고 발생한 매출이 전부였다.
수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수입이라는 점에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통장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마음속 질문이 되풀이됐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생겨나는 돈은 없었다.
멋지게 N잡이라 불렀고,
프리랜서로 나만의 시간을 내가 정해야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어쩔때는 월급쟁이 생활일 때보다 더 바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과물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한 상실감도 상당했다.
어느 날은 침대 청소 일을 다녀왔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고 돌아오는 길,
스마트스토어 카드결제 내역을 확인했다.
평소보다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날 따라 이상하게 뭉클했다.
‘내가 이 돈을 직접 벌었구나.’
단순히 수입이 생겼다는 기쁨보다,
‘내 힘으로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감각이 더 크게 다가왔다.
청소를 예약하기 위해 고객과 시간 조율을 하고,
장비를 챙겨 집에 방문해서 꼼꼼하게 청소하고,
마무리까지 체크하고 또 체크한 시간들.
그리고 서비스로 사주와 타로 상담을 하기도 했다.
간혹 고객분들 중 몇몇 분은 고생한다며,
음료수에 간식을 건네주기도 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내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수입이 좋았다.
그 안에는 내 노력, 땀, 책임감이 모두 담겨 있었다.
또, 어떤 날은 타로 상담을 마치고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원석 팔찌를 착용한 고객이
만족스러운 후기를 남겨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돈의 액수는 크지 않아도,
그 일이 나에게 남기는 감정은 꽤 크고 진했다.
점차 나는, 돈을 버는 과정 속에서 ‘일’이라는 개념을
다시 배워가고 있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돈이란,
늘 월급일에 맞춰 들어오는 고정된 무엇이었다.
내가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있을 때만 가능한 생존 수단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와보니,
그 틀은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돈을 번다는 행위는 이제,
나 스스로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 되었다.
물론 현실은 이상적이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수입이 나지 않는 날도 많았고,
시간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보였던 적도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드는 에너지와 용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한 일이었기에,
그 피로감조차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지금 나는 다시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 살고 있지만,
마음가짐은 많이 달라졌다.
퇴근 후, 나는 나만의 또 다른 일을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주와 타로 상담을 하며,
가끔 특허 외주도 작성한다.
이 일들이 금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주는 건 아니지만,
자존감을 채워주는 데는 충분했다.
‘나는 내 힘으로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돈보다 더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당장 월급쟁이 생활을 마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자신감 하나는 확실히 생겼다.
세상에 못 할 일이라는 것은 없다.
또한, 나의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번 돈에는 온기가 있다.
숫자만 가득한 급여명세서와는 다른,
감정이 배어 있는 돈.
그 돈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기억하게 해준다.
때론 내 인생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은 닻이 되기도 한다.
돈은 생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신뢰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 씨앗을 품고 있는 한, 우리는 또 다른 시간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화 예고)
‘월급만이 전부는 아니다’ – 퇴근 후, 또 하나의 나로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