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살기
82년생 김지영은 아니지만 유모차를 몰고 가면서 알 수 없는 외로움과 아이라는 존재에 대한 책임감에 하염없이 어깨가 무거웠던 날들도 있다. 나 혼자 무거운 짐을 감당하고 있는 것 같은 피해의식에 억울하기도 했고,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나? 이것이 내가 원한 삶이었는가? 하는 생각에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허우적 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하루하루 나의 존재가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 대었다. 내 정체성을 붙들지 않으면 나를 잃어버릴 까 두려웠다. 어쩌면 내가 정한 나라는 고정관념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았다. 엄마라는 옷에 적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웠고 한 동안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옷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했다.
잘해보려고 애쓰고 노력할수록 더 많은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배운다는 그 말이 얼마나 찜찜(?)하던지 맘에 들지 않는 내 삶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기도 하고, 나는 인성 쓰레기야!라는 마음으로 자포자기하며, 감정조절 능력을 상실한 듯 업 앤 다운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온전히 나 밖에 몰랐던 나는 문득 아이들을 통해서 누군가와 함께 사는 법을 지금에서야 배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일절 관심 없었을 주제들이 달리 보였다. 환경, 사회, 정치, 미래,... 나랑은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라 생각했을 것들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잘 살기 위해서는 내 기준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준은 다를 수 있고 그 기준으로 보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때 또 다른 삶의 풍요를 만끽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관성 때문에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나는 매일매일 욱한다. 두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담담히 적어보면, 그제야 아이들이 주는 메시지를 알아차리곤 한다.
이 지구별에 뜨내기 손님같이 와서 겉핧기만 하려는
나에게 두 아이는 지구에서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매일의 에피소드들로 콜라주된 엄마라는 옷이 이제는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친절히 실천으로(?) 알려주는 내 인생의 지구별 안내자들!!
이들 덕분에 지구살이의 방법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Thank you!! 지구별 안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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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진짜 적응기간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