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암전과도 같은 공간에서 호흡 하나 표정 하나 읽어내려가다 아름다움에 눈물로 탄복하는 시선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핑계로 마음 소란스러운 암전의 시간 동안 오롯이 당신이라는 시선이 되어본다. 알 수 없던 영역을 내 것으로 끌어와 그곳에 마음을 둔다.
평소에는 모르고 있던 감각들이
현실과는 차단된 암전 속에서만
깨어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을 마주한 순간만큼은
그렇게 영화가 돼요.
다른 외부의 모든 감각들이 차단되고,
살아있는 타인의 공간에 내가 놓여요.
심지어 내 존재를 느낄 틈조차 없어요.
온전히 타인이 된 나의 한계는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뻗어있다.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고, 당신의 마음에도 다다를 수 있다. 그렇게 멀리 당도한 타인의 끝자락에서 나를 잊는다. 뒤돌아보면 과거만 끝없이 반복재생되고 있다. 그제야 당신을 놓친 이유를 발견한다. '현재'가 존재한 적이 없어서. 당신과 마주할 미래를 그리며, 당신과 마주한 과거로 나아가는 나는 그 사이에 부재하는 무수한 ‘지금’의 틈에서 헤매고 있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단지 나의 마음과 손바닥 안에서, 당신이란 축으로 회전한다. 당신을 향한 파동을 중심으로 시간이 기울고, 세상이 사라진다. 그 순간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간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