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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Sep 18. 2022

행복해서 불행해 본 적


마음가짐이라 말하니 생각난 건데,

행복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해   있어요?”


그러지 않길 바랐는데 그가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는 멀지도 않은 순간이었던 것처럼 표정에 그 기억이 스며들고 있었다.


불행은 과시하잖아요, ‘ 여깄어하고.
근데 행복은  숨어요. 고요하고,
스쳐 지나간  모르게 옆을 지나고 있고,
소리 없이 번지듯 웃죠.
그러다 인지할 때쯤 흩어져 버려서
빈자리엔 흔적만 있어요.
그래서 행복이 지나간 자리엔
좌절이 쉽게 앉아요.


차라리 경험해 보지 못한, 환상에 가까운 행복을 기다리던 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당신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 나에겐 이로웠을 거야’ 싶으면서도, 세상에 단 한 번뿐이었던 순간을 잃는 건 원치 않아서 넉넉히 후회할 수도 없는 중간지대에 놓인다. 행복의 실체를 손끝으로 만져본 사람들에게 또 다른 행복은 역설적이게도 불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걸음을 멈추지도 이어가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오늘이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겁쟁이가 된다.


행복이 마치  빈자리를 다른 행복으로 채우길

금지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죠.

행복도 사람 같아서 오고 가는 

쉽지 않다고 느껴요.”


있는 그대로 행복하고 싶은데,  어려워요.”


어쩌면 우리가 이해와 오해를 잘못 알아본 것처럼,

행복도 오해하고 있을지도요.

사실 그렇게 대단할 것도, 대단하지 않을 것도 없는

소중한 사소함일 경우가 많은데 말이에요.”


‘하지만 그 사소함이 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잖아요’라고 말하려던 입술을 다물고, 내 행복이 사랑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자근자근 되새긴다. 그 찰나의 입모양을 보고 그도 말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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