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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 믿고보는 청약 패자부활전 공략법

by 유의미


당첨자 발표는 접수일로부터 7일뒤였다. 그 시간동안 우리는 똥줄이 탔다. 남편과 카톡으로도 집에와서도 청약 이야기만 했다.




우리 당첨될수 있을까?
다른 타입으로 했어야 하나?
경쟁률은 얼마나 될까? 등등...








12시 정각에 발표라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켜고 접속했다. 청약홈에 로그인하니 당첨자 명단에 없었다. 남편과 나는 망연자실했다. 월드컵 한일전에 졌을때보다도 더 헛헛하고 허무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옆에 보니 예비 O번이라고 떴다.
이게 뭐지? 하면서 검색해서 찾아보니 예비 당첨자 자격이 주어진 것이었다.
번호수가 앞번호라 잘하면 빠질 것도 같았다.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는데 보통 특별공급, 일반공급 당첨자들이 계약하고 나서 예비당첨자 전형이 있었다. 이를 테면 패자부활전 같은 개념이랄까. 우리가 청약에 도전한 아파트는 워낙 세대수가 많았고 토박이들에게는 이 구조에 이 가격이 말이 돼? 라는 총평을 듣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이 아파트에 청약한다고 하니 거기 별로래 라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절반이상이었다. 실제로 59타입의 경우.. 거의 100번이상까지 순번이 돌아갔다고 한다. 청약에 당첨됐지만 포기한 사람들, 계약하지 않은 사람들이 버린 입주권을 우리가 줍는 격이었다.










© bradencollum, 출처 Unsplash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당첨된다는 마음으로 당첨자 서류를 신속하게 준비했다. 인감증명서, 재직증명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본 그 외에도 구비서류가 필요했던 걸로 기억한다. 모델하우스에서 예비당첨자 모이세요 하면 그 날에 내기 위해서였다. 남편과 나 둘다 직장인이었고 예비당첨자 일정이 발표되면 연차써서 서류를 떼러갈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예비당첨자 전형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앞에서 말한 플랜B가 있었으므로 만약 떨어지면 그 뒷일은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친정 부모님에게도 청약을 권유하여 59타입에 당첨되셨다. 막상 하자고 한 우리는 떨어져서 참 체면이 거시기한 상황이었다. 부모님도 당첨됐지만 우리 앞에서는 좋은 티를 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심으로 부모님의 30년만에 내집마련을 축하드렸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긴 기다림의 날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일반공급 당첨자 발표가 끝난 날, 잔여수량을 완판하기 위한 예비당첨자 전형 일정이 나왔다. 우리는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서두를 것이 전혀 없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제대로 구비서류를 잘 준비했는지 이중 체크했다. 이상무였고 전형이 나오자마자 서류를 거의 첫번째로 접수했다.






문제의 예비당첨자 당일


모델하우스의 직원들은 어리버리..일처리를 잘하지 못했다.

예비당첨자 전형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시간이 되도 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급기야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알고보니 뒤늦게 접수한 사람들의 서류를 받아주는 등... 일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서류를 접수할 때도 느꼈던 부분이라 예비당첨자 발표 당일에도 이러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내가 해도 여기 직원들보다는 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형평성 어긋남의 원칙을 주장했다. 결국 큰소리내는 몇몇 사람들의 말로 예비당첨자 전형은 30분이 지나서야 시작되었다. 우리는 5번 안에 드는 예비번호를 받았고, 앞 번호가 오지 않으면 그 다음 기회가 나에게 돌아오는 순이었다. 우리 앞에 2명이 불참했다. 동호수 추첨의 기회가 우리에게도 드디어 돌아왔다. 남은 층은 17층, 7층, 4층, 1층이 3개, 총 6개가 남아있었다.





나는 7층이나 17층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층은 아니야. 라는 마음이었달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들 키우기에는 1층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내 앞 사람이 17층을 뽑아갔고, 나는 4층을 뽑았다. 손을 넣어서 동호수 종이를 뽑기까지 얼마나 심장이 쫄깃하던지 그 긴장감을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였다. 남편은 1층이 아니라서 잘했다고, 4층도 괜찮다고 했다. 동호수 추첨이 끝나고 바로 계약서 작성으로 안내되었다. 모델하우스 직원은 축하드린다는 뻔한 멘트를 했고 우리도 뻔하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한 인감도장, 각종 서류, OTP로 일사천리로 계약했다.






분양 계약서를 받으니 진짜 우리가 당첨됐구나 라는 게 실감됐다.
주차장에서는 부동산 소장님들의 영업이 활발했다.
몇 단지에 됐고 어느 타입에 됐냐면서 전매(등기전 분양권을 파는 것, 보통 6개월 전매기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할 사람들을 찾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팔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동호수 추첨이 끝나자마자 첫째를 데리고 가족여행을 떠났다.
우리 나름대로의 내집마련 축하파티를 떠난셈이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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