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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인 Aug 19. 2023

극락 가는 사람, 지옥 가는 사람

       

옛날 옛날, 심심산골의 작은 절에 혼자서 수행을 하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천일기도를 끝내고 만행(세상 공부)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새벽기도를 끝내고 높고 깊은 산에서 내려와 여우골을 넘고 귀신골도 넘어서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윽고, 밤이 되어 어느 마을에 당도하였습니다.

스님은 어떤 큰 기와집의 문을 두드려 유숙을 청했습니다.

먹고살기 힘든 가난한 집을 방문하는 것은 스님으로서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었으니까요.   

부잣집 양반의 호의로 늦은 저녁 공양을 받으며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높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가 '까악 까악' 울었습니다.

사랑방에서 주인과 스님은 아침식사를 하려고  수저를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심부름을 나갔다 돌아오던 마당쇠가 주인을 불렀습니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주인은 봉창을 열고 무슨 일인지를 물었습니다.


“대감마님, 뿔당골에 놀부 영감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     


“놀부는 어디로 갔다더냐?”


“예, 지옥으로 갔다고 합니다.”


“음... 그래 알았다.”     


이들의 대화를 듣던 스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수저를 들었습니다.

주인은 스님을 며칠만이라도 더 묵기를 청하였으며, 두 사람은 공부와 세상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이틀이 지난 아침에 나무 꼭대기에 앉은 까마귀가 '까악 깍 '울어댑니다.

스님은 다시 만행 채비를 끝내고 사랑방에서 공양을 마치고 주인과 차를 들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침 장을 보고 오던 하인이 뛰어 들어오면서 주인을 불렀습니다.

차담을 나누던 주인은 봉창을 열고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대감마님. 흥부마을에 사는 흥부 영감이 죽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몹시 서운해한다고 합니다.”     


“아 그래,... , 그러면 흥부는 어디로 갔다더냐?”     


“예, 극락에 잘 갔다고 합니다.”     


“그래 그랬을 거야.”


하면서 주인은 서운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스님은 몹시 궁금했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 죽은 이가 극락을 가는지 지옥을 가는지를 어찌 안단 말인가? 주인과 하인의 대화가 끝나자 궁금증이 폭발한 스님은 주인에게 물었다.

     

“제가 생사를 알고자 지금까지 공부를 했습니다만 알아내지 못한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단 말입니까?”     


“하하하. 그걸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살아있을 때 그 사람의 행실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아... 예.”   

  

“그런데 왜 앞에 죽은 사람은 지옥 가고 오늘 죽은 사람은 극락 갔다고 하는 겁니까? “    

 

“예. 먼저 죽은 놀부는 오늘 죽은 흥부의 형입니다.”     


“그럼 먼저 죽은 사람이 무슨 짓을 했기에 지옥엘 갔다는 겁니까?”     


“먼저 죽은 놀부란 자가 그동안 저지른 행동은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놀부는 부모의 재산을 차지하고 동생 흥부 가족을 내쫓았어요.

가난한 동생이 제비의 다리를 치료해 주고받은 박 씨로 생각지도 않던 큰 부자가 되었지요.

그러자 욕심 많은 놀부도 제비 다리를 부러 뜨려 박 씨를 받았지요.

그런데 박에서 나온 것은 온갖 오물에다 도깨비, 도둑, 거지패 같은 이들에게서 죽을 만큼 혼도 나고 재산도 뺏겼지요.”    

 

“아하 그러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습니까?”

    

“하하하,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계속 심술궂게 살았지요. 그러니 죽고 나서도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틀림없이 지옥 갔을 거라는  말을 하지요. “   

  

주인은 아침을 먹고 온 하인에게 놀부의 그동안의 행실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이에 하인은

     

“놀부는 형이요 흥부는 아우인디 같은 부모소생이나 성품은 각각이라,

사람마다 오장육부 돼 놀부는 오장이 칠부였던 것이었다.


어찌하여 칠부인고 허니 심술보 하나가 이약 갈비 밑에 장기 궁짝 만하게

병부풍치 찬 듯이 딱 붙어가지고 이놈의 심술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한도 끝이 없이 나오는데,   

  

대장군방 벌목하고

삼살방에 이사 권코

오구 방에다 집을 짓고

불붙는데 부채질   

  

호박에다 말뚝 박고

길가는 과객양반 재울 듯이 붙들었다

해가 지면은 내어쫒고   

  

초란이 보면은 딴 낯 짓고

거사 보면은 소구 도적

의원 보면은 침도적질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다 큰애기 겁탈하고

수절과부는 모함 잡고

우는 놈은 발가락 빨리고

똥 누는 놈 주저앉히고


제주병에 오줌 싸고

소주병 비상 넣고

새망건 편자 끊고

새 가수 보면 땀대떼고

앉은뱅이는 택견


곱사등이는 뒤집어놓고

봉사는 똥칠하고

아 밴 부인은 배를 차고

길가에 허방 놓고


옹기 전에다 말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 놓고     

이놈의 심사가 이래놓으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러한 모질고 독한 놈이 

세상천지 어디가 있더란 말이요? “

    

“아이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들군요.”   

  

“허허허,”     


“그러면 동생은 어째서 극락엘 갔다고 보는 겁니까?”   


“흥부는 부모가 남긴 재산 한 푼 없이 쫓겨나서 곤장 맞은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되었음에도 늘 겸손하고 마음이 따뜻하여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었지요.

욕심 많고 심술궂은 형이 가난해지자 재산도 나누어주고 이웃의 어려움도 자신의 것처럼 해내는 것을 보고 다들 감사하며 살았지요."

     

주인은 하인에게 흥부의 일생도 일러보라고 한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일가친척 화목허기 노인이 등짐 지면 자청허여 져다 주고    

 

길가에 빠진 물건 임자를 찾아 전해주고

고단한 놈 봉변 보면 한삼옷비 말려주고     


타향에서 병든 사람 본가에다 소식전코

집을 잃고 우는 아이 저의 부모 찾아주기     


계칩불살(啓蟄不殺) 방장부절(方長不折)

지어미 물 짐승까지 구원하기     


힘을 쓰니 부귀를 어찌 바랄쏘냐 이랬더니 

하늘도 감동하여 부자가 되지 않았겠소. “

라고 한다.   

  

“사람들이 보는 흥부나 놀부의 행실에 약간의 과장이 있겠으나 평생을 보고 지내온 사람들의 판단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요. “  

   

“예, 세상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가는 길을 알려주는군요. 속세의 삶이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    

      

<흥부·놀부전>을 <극락 가는 사람, 지옥 가는 사람>으로 새롭게 써보았다.

옛이야기의 대부분이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놀부처럼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시절에도 중 범죄인으로 다스려졌을 것이다. 이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장치로 사용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종점을 가게 되어 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천당. 지옥 같은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죽음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임종 시에 스님이나 신부나 목사를 찾아 마음의 안식을 찾고 편안한 곳으로 인도되기를 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갈 곳을 아는 것처럼 편안한 임종을 맞는 이들도 있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순리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누구나 죽으면 어딘가는 갈 것이다. 윤회를 믿는다면 카르마에 따라 환생을 할 것이고, 천국을 믿으면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타인들의 판단에는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죽어서 가는 극락이나 지옥보다는 지금 여기 이 순간, 그곳을 느끼며 나와 남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흥부와 놀부 #제비 #극락 #지옥 #스님 #만행 


                                       

잠깐 쉬어!   by  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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